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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Mar 07. 2023

나의 사랑하는 생활

 급식을 먹고 나오면 운동장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좋아한다. 점심시간의 운동장은 꽤 바쁜데, 대개 남자아이들이 숨이 찰 때까지 공을 가지고 종횡무진 뜀박질을 하고 있다. 지은 지 50년도 더 된 학교 3층에 나의 교실이 있다. 그곳으로 터벅터벅 올라가 문을 열면 바닥에는 다른 학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할리갈리 같은 카드게임을 도란도란하고 있다. 수업시간에는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때로 말소리가 커서 귀가 아플 때도 있지만 아이답게 노는 그 장면이 내게는 가장 예쁘다.

 나는 봄을 좋아한다. 봄이 막 오려할 때 땅 끝으로 느껴지는 열기를 사랑한다. 그 열기는 나무에 꽃을 피우게 한다. 무거운 옷을 벗어던지고 단출하게 해와 마주하며 드디어 봄이 왔음을 실감하는 순간은 사계절 중 가장 대하는 때다.

 나는 와인을 좋아한다. 맛있는 음식, 만든 이가 공을 많이 들인 음식을 양껏 맛보고 싶다. 보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글과 영화도 사랑한다. 세상은 이렇듯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모든 가치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나도 그런 가운데 들어간다면  좋겠다.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오래된 것의 가치도 음미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에 관해서는 늘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 비록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12월 시드니의 뜨거운 햇살과 오페라하우스 위로 떨어지는 신년 불꽃놀이를 잊지 못한다. 하와이의 따뜻한 바다와 친절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는 휴가는 언제든 환영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주 보지 못하는 두 딸을 늘 생각한다. 나의 빈자리와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려 해 보지만 어렵다. 딸들은 나와 얼마나 비슷한 걸 좋아하고, 또 얼마나 다른 걸 좋아하게 될까? 부디 세상에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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