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끝과 또 시작

by safari njema

어느새 먼지가 소복이 쌓인 십 년간의 여행일기를 뒤적이면서 오랜만에 크게 웃고 울었다.


스물 셋이 되었다가, 스물 일곱이 되었다가, 다시 서른 셋이 되어 즐거웠다.


잊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모든 순간이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올라서 흐뭇했다.


그렇게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참 많이 행복했다.


내게 주어졌던 길 위의 많은 시간들과, 또 많은 경험들과, 그 속에서 함께 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다.


나는 늘 어설프고 서투른 여행자였다.

시작은 항상 정해진 계획도 없고 짜여진 일정도 없이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행도 없는 혼자였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것은 그런 나에게 선물이 되어 주곤 했다.

하루의 끝에서 팔이 아프도록 일기를 쓸 만큼 할 말이 많은 하루를 만들어 주었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을 내어 주었으며,

무엇보다 길 위에서 만난 누구라도 진심으로 친구들이 되어 주었다.

이렇듯 여행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는 일이다.

그것은 다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은 아닐 테지만,

나는 그 길 위에서 받은 선물이 너무 소중하여

그것을 다시 다른 이들에게 돌려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나의 다음 여행은 그런 여행이 될 것이다.


2014.9




>>> 십 년 전의 원고를 꺼내어 읽고 또 읽다가 다시 한 번 눈물이 왈칵 날뻔 했다.

지나간 나의 시간과 그 안에 차곡차곡 쌓인 인연들이 고맙고 또 고마워서 자꾸만 따뜻해진 심장이 느껴졌다.

어떻게 그 순간에 당신을 만나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이전에도 수 없이 많은 우연을 가장해 연결되었던 인연이었지 않았을까.

깊은 애틋함과 함께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덮친다.

그저 지나간 시간 이후로 못 마주친 당신이 당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환히 웃으며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환한 웃음으로.


그 모든 시작은
다만 다음 편으로 이어질 뿐,
사건의 책은
언제나 중간부터 펼쳐져 있다.

<첫눈에 반한 사랑> by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2025.10월의 끝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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