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살, 달리기는 무리인가
올 2월 1일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두해 전부터 자려고 누우면 다리가 답답하고 저린 느낌이 났다.
따로 특별한 운동도 안 하고, 매일 회사 책상에 앉아 지내면서 그저 몸이 견디겠거니 했는데, 나이가 드니 작은 통증도 예민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 틈에 다리 하나로 목발을 짚고 달리는 마라토너를 보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무엇이 그 사람을 5시간 동안 다리 하나로 뛰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달리기'를 검색하니 러닝 크루라는 검색어가 함께 뜨고, 멋진 모습으로 달리는 사람들의 사진들이 같은 해시태그에 올라온다. 내가 사는 춘천에도 러닝 크루 계정이 있길래, 바로 메시지를 보내니, 누구나 정해진 시간에 나와 함께 뛰면 된다고 한다.
겨울바람이 소양강의 물기를 머금어 한층 더 춥게 느껴지는 춘천의 2월 첫날 아침, 트레이닝복에 패딩까지 잔뜩 껴입고, 러닝 크루 첫 모임에 나가니, 4-5명의 크루들이 먼저 나와 몸을 풀고 있다.
처음 참여이니, 공지천 에티오피아 참전기념관부터 춘천대교 아래까지 왕복 4킬로를 가볍게 뛰라고 한다. 가볍게 4킬로라... 달리기라고는 고등학교 때 800m 오래 달리기를 해본 이후로는 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나의 무모한 도전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초보 러너를 배려하여 옆에서 천천히 뛰어준 크루의 페이스 조절 덕분에, 오랫동안 신지 않아 바닥이 딱딱해진 운동화를 신고,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난생처음 4킬로를 달렸다. 춥다고 너무 껴입은 패딩조끼 사이로 땀이 배어 나왔다.
4 키로면 걸어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엄청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달리니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물론, 이 정도 속도로는 10킬로 마라톤 컷오프 대상이라는 말에 그저 쉽게 생각한 달리기가 또 하나의 도전 대상이 되면서 가쁜 숨과 함께 가쁜 희망이 생겼다. 초보 러너가 달려야 하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달리기 첫날, 4킬로 완주 후 다리에 묵직함과 함께 고관절 통증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집안에서 걸을 때는 물론이고, 집 밖으로 나갈 때도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다리는 아팠지만, 뛰고 나서의 숨 가쁨과 해방감이 상기된 얼굴만큼이나 나를 달뜨게 했다. 근육통이 생겼지만, 다리가 저리지 않았다.
다음날, 번개 러닝 공지를 보고 아직 근육통이 가시지 않은 묵직한 다리를 이끌고 다시 달렸다. 근육통에 다리가 무거웠지만, 더 달리면 몸이 적응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물론, 이 믿음은 나름 반년을 달리고 나서야 무모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느린 달리기로 중도로 들어가는 춘천대교를 2번 왕복하니 4.6킬로. 정말 이상하게도 묵직했던 다리의 통증이 달리는 동안은 느껴지지 않았다.
수십 년 만에 달리기를 체험한 내 다리는 다음 일주일 동안 근육통을 견디느라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근육통이 사라지니, 달린 후 느끼는 숨 가쁜 호흡이 주는 상쾌함만 남았다.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주일에 2번 정도를 꾸준히 달렸다. 킬로당 8분이 넘던 페이스도 6분대에 진입했다. 물론 평지를 달리는 경우이다. 최고 10킬로까지 달렸고, 이제 5킬로 정도는 30분이면 거뜬하게 달린다.
그리고, 5킬로쯤 달려도 다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다. 몸의 적응력이 놀랍다.
달리는 동안, 춘천의 강변을 달리며 보이는 소박하고 차분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그리고, 지금은 충분한 회복기 없이 꾸준한 자극만 받은 다리가 어떤 식으로 고통받는지 경험 중이다. 이렇게 달리기로 인해 몸의 통증과 회복을 경험하다 보면 언젠가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릴 수 있게 되리라 다시 한번 무모하게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