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지 않을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께.
안녕, 오랜만이야.
그곳은 요즘 어떤지 궁금해.
여긴 얼마 전 첫눈이 내렸어.
온 거리가 반짝이는 걸 보니, 곧 크리스마스가 오려나 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산타에게 소원을 빈다면, 정말 단 하나쯤은 들어주지 않을까?
어린 시절에도 해본 적 없는 생떼를 지금이라도 부려볼까.
당신을 한 번만, 딱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세월이 흐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요즘 같은 세상이면 바다마저도 모양을 바꿀 것 같은데,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당신이 보고 싶은 마음은 왜 이리도 그대로일까.
아직 교복이 어색한 소녀였던 내가
이제 곧 10년 차 직장인이 된다니, 그 사실이 가끔은 꿈처럼 느껴져.
당신이 떠난 그날 이후로
나는 늘 한 가지 바람을 품고 있었어.
꿈속에서라도 당신을 만나면 참 좋겠다는, 아주 작은 소망.
만나기만 하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거든.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났냐고,
나는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은데
당신은 나를 그리워하지 않느냐고.
그날 이후로 내가 얼마나 버거웠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묻고 싶었어.
그리고,
그때 나는 왜 당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당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던 건 아닐까.
그 모든 시간을 어떻게 혼자 견뎠냐고,
이제 와서 묻고 싶어.
아마 난 이게 가장 속상한 것 같아.
당신과 함께하는 미래를 이제는 더 이상 그릴 수 없다는 사실.
함께하고 싶었던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 어떤 것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
내가 울면 당신이 속상해할까 봐 애써 씩씩한 척하며 살아왔어.
그리움이라는 게 참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참 늦게 배웠지.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면
그리움은 제멋대로 쏟아져 내려서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더라.
하루 종일 치여서 넝마처럼 퇴근하던 어느 날,
사회생활이 지긋지긋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던 밤이 있었어.
그날, 사실은…
당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어.
아무도 받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그냥 한 번 눌러보고 싶었어.
수화음이 끊어질 때까지 한참을 듣고 있었어.
혹시 알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지.
세상에 없는 번호가
마침내 한 번쯤은 당신에게 닿을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너 참 잘하고 있어. 네가 최고야.”
그 말,
한 번만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아직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어.
믿고 싶은 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 꼭 쥐고 있어.
이만 편지를 줄일게.
안녕,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