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길 기다리며
이상하게 나는 늘 ‘눈이 내린다’가 아니라
‘눈이 온다’라고 말하게 된다.
반가운 손님마냥 고요히 도시를 하얗게 만드는 눈을 기다렸기 때문일까?
호 불면 입김이 나는 겨울아침,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에 뽀득뽀득 발자국을 남기면
온 세상이 다 내 것이 되는 것 같아 좋았다.
겨울은 늘 기다리게 되는 계절이다.
방학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눈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린다.
나는 기다리는 것들이 오길 바라며 겨울을 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가는 게 아닐까?
그들은 늘 겨울의 그 자리에 있고,
그들을 그리워하며 먼저 움직이는 건 언제나 나니까.
더 이상 예전만큼 캐럴 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반짝이는 거리와
사람들의 상기된 표정,
가게마다 장식된 트리로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유 없이 설렜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을 나이가 훌쩍 지나서도
설렘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점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게 불안해졌다.
내가 대체 무얼 이뤘는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회색지대 어딘가에 부유하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이렇게 나의 한 해가 끝나버렸다는 것이 서글펐다.
세상이 반짝일수록
나의 그림자는 짙어져갔다.
보기엔 알록달록하지만
정작 먹어보면 아무런 맛도 없는
케이크 위 마지팬 장식이
나랑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아니, 나 같아 보였다.
일 년 중 12월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는
겨울바람에 바스러질 듯 껍데기만 남아
크리스마스가 두려운 겁쟁이로 자랐다.
이제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눈을 감고 귀를 막아보지만
나는 여전히 ‘눈이 온다’고 말한다.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온다’고 말한다.
내가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어
그들이 내게 와주길 내심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도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간다.
‘요즘 날씨가 꽤 춥네요.’라는 인사말도
어색하게나마 꺼내본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거리에 나가
반짝이는 장식을 구경한다.
한 해 동안 나 뭐라도 했다고.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노력했다고.
알아주길 바라며 그렇게 살아간다.
다시 내게
겨울이 기다려지는 계절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