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오늘 키오스크로 네가 보내 준 기프티콘 쓰는데, 주문하는 내내 뒤 사람 눈치 엄청 봤어 "
순간 얼마 전 커피를 마시려고 방문했던 가게에서 목격했던 ‘혐오’의 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이 버튼, 저 버튼을 눌러보시느라 주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할아버지 한 분을 불만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틀딱’ 이라며 혐오 발언을 내뱉던 학생을 보며 느꼈던 불쾌한 감정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런 혐오의 대상이 나의 부모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부모님께서 태블릿 PC를 사용하여 유튜브를 보시면서 재미있는 영상이 있으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리시고, 이외에도 스마트폰의 대부분의 기능을 어려움 없이 사용하셔서 항상 저와 동생은 우리보다 더 신세대 같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고는 했으니까요. 이런 부모님께서 키오스크로 기프티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주문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한숨을 쉬어서 너무 눈치가 보였다고 말씀을 듣고, 그 상황에서 당황하셔서 어쩔 줄 몰라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니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막연하게 그동안 세대 간의 갈등과 혐오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오긴 했지만, 그 혐오의 대상이 제 가족이 될 것이라고 상상을 못 한 만큼 충격적이었고, 우리 사회 속의 혐오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혐오를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에서는 청년층과 노년층이 자리를 두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혐오 발언을 너무나 쉽게 내뱉습니다.
이 혐오는 노인분들에 국한되지 않고 ‘노 키즈존’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민식이법’과 관련한 모바일 게임이 아동 혐오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논란이 되는 등 혐오는 모든 세대를 막론하고 발생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점차 완화되는 듯 보였던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이태원 성소수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또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혐오로 뒤덮인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튀면 안 된다는 ‘눈치문화’ 하에서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는 사회의 규범과 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큽니다.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폐쇄성이 결국 혐오로 발전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혐오로 점철된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내 가족, 친구 그리고 나 자신 또한 쉽게 이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노인 혐오의 경우, 노인분들의 삶은 곧 내가 걸어가게 될 길이고, 아동 혐오의 경우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는다면 내 아이가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 속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혐오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