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ng time no see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입시에 성공하기 유리하다는 장점 외에 또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학여행을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해 미국 중북부 Minnesota주에서 약 1년간 생활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내가 너무 어렸기에 그냥 사는 환경이 바뀌었을 뿐 특별한 감상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과학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며 어린이가 아닌 청소년의 모습으로 미국이란 나라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과학고등학교에서의 수학여행은 여러 국내의 일반적인 중/고등학교 수학여행들과 같이 촘촘히 짜인 코스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는데, 첫째로는 유명한 관광지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닌 (동부) 대학교들의 캠퍼스를 구경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해당 대학교들이 국내 최고의 대학교보다 훨씬 훌륭한 세계적인 대학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당시의 나는 ‘미국’으로 가서 ‘세계적인 대학교’를 둘러본다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더 신나 있었다.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인 반원 형태의 넓은 강의실보다는 매일 밤 배정받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개인 방이 좋았다.
그렇게 특별할 수도 있었던 경험을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수학여행으로 소비해 버린 나는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후에야 다시 미국에 가게 되었다.
- 멘토님과 함께하는 여행
이번 미국 여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대학교 때부터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연을 맺어온 멘토님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이후로 시작되었다. 멘토님의 둘째 아들분은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고, 아들을 보러 가는 김에 같이 여행을 가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해주신 것이다.
사실 직장인으로서 휴가를 길게 써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란 쉽지 않다. 나는 입사를 한 지 4년 정도밖에 안 되었기에 연차가 많이 없기도 했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소비될지 몰라 여행을 계획하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언젠가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생활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지금 마음을 먹지 않으면 내 생각을 구체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다가온 기회가 나중에 나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국행을 결심했다.
멘토님과는 대학생 시절에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일본 시골에 있는 집(멘토님의 멘토님과 동행하였고, 그분께서는 한국과 일본에 집이 있으셨다)에 도란도란 모여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이 배웠기에 이번 미국여행에서도 많은 깨우침이 있을 것 같아 아주 기대가 되었다.
+ Business class 좌석은 아니지만
이번 브런치 연재를 통해 여행 중 특별했던,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잊고 싶지 않은 순간/경험들을 기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멘토님과 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을 한 것이다.
멘토님께서는 왜인지, 본인과 같은 비행기를 탑승하기를 추천해 주셨고, 나는 (다른 해외항공사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이유가 있으실까 싶어 같은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 만나 체크인을 하려고 보니, 멘토님께서 지인분에게 내 정보를 넘겨주어 비즈니스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셨고, 나의 캐리어 가방에 Priority 스티커를 붙일 수 있게 해 주셨다.
비즈니스 라운지에서는 우리 회사 아침에 나올 법한 뷔페식 아침식사 메뉴들과 다른 한 코너에는 마음껏 술을 마실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내가 상상한 것보다 멋진 것은 없어 실망스러웠다.
부자가 되면 남의 시간까지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캐리어 가방의 Priority 스티커는 이 말이 사실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러 갔을 때, 나의 가방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