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유럽 내에서 제일 먼저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이다. 5세기말인 496년, 프랑크 왕국의 초대 국왕 클로비스 1세(Clovis I, 466~511)가 세례(기독교 입교 의식)를 받고 성직자들과 기독교 공동체의 지지를 받아 프랑스 왕국을 건설했다.
프랑크 왕국은 현대 프랑스의 뿌리이기에 역사적으로도 가톨릭인 천주교의 전통이 깊고, 여전히 생활 전반에 기독교적 색채가 짙다. 그래서 어딜 가든지 아름다운 성당이 있고, 성당이 유명 관광지이기도 하다.
보통 한국에서 성당은 천주교, 교회는 개신교의 예배 장소이다. 프랑스에서는 성당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교회로 번역되는 église(에글리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cathédrale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규모가 큰 대성당을 뜻한다. 한국과 같은 개신교 교회는 église protestante(에글리즈 프호떼스땅트)라고 표기한다.
VICHY에서 동네 구경을 다니며 종종 성당에 들어가 구경했다. 보통 프랑스 성당은 열려 있는 편이라 그냥 들어가 볼 수 있다. 밝게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 어둑한 분위기, 높은 천장 위로 울리는 발소리, 한켠의 성수, 타오르는 소원의 촛불들. 어느 성당을 가든 대체로 한결같은 분위기를 자아냈으나 언제나 장엄함이 느껴졌다.
반면에 교회는 일반 건물에 위치해 있었고 성당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았다. 구글을 뒤져보니 작은 도시 VICHY에는 그나마 외국인이 갈만한 교회가 한 곳 밖에 없었다. 나는 달리 선택권이 없이 그곳으로 갔다.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던 때라 용기 내어 8월의 첫 일요일에 Revivre Centre Chretien 교회의 오전 예배에 참석했다. 시작은 오전 10시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에 도착했다. 안내를 서는 검은 피부의 한 아주머니가 날 맞아주었고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당연히 내가 처음 온 걸 아니 새신자 카드를 쥐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편한 차림으로 교회에 들어와 작은 예배당을 꽉 채웠고, 2시간 동안 예배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찬양을 부르고 외치며 소리 내어 기도했다. 한국의 엄숙한 전통 주일예배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다. 그들의 신앙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이라면 몇 천명 모인 연합수련회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프랑스에서는 몇 십 명 모인 작은 예배당에서 펼쳐지다니 충격이었다.
REVIVRE CENTRE CHRETIEN
25 AVENUE DE LYON 03200 VICHY
www.revivre-centre-chretien.fr
현대에 들어서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의 수가 크게 줄고 있다고 한다. 신도들을 잃어버린 성당이나 교회가 헐값에 팔려 클럽이나 주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러한 뉴스를 접했을 땐 나도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가 쇠락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열정과 사랑으로 신을 앙망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용기 내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