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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금 Oct 13. 2023

달콤하게 빠져드는 프랑스 소도시 VICHY

카페 - 디저트 - 빵, 환상의 3박자



  프랑스는 카페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고 유행시킨 나라다. 1611년, 현재의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문을 연 초기 카페인 'Kahvehane(카흐베하네)'를 프랑스인들이 흉내 내 1654년 Marseille(마르세유)에 Café카페를 열었다. 유럽의 유행을 선도했던 프랑스다운 행보다.


  1686년 소르본 대학교 근처에서 시작한 <Le Procope>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프랑스 파리의 카페로 모든 파리 카페의 원형이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학과 철학을 논하고 프랑스 혁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Cafe < Le Procope >





  프랑스에 지내면서 내가 느낀 프랑스 카페는, 만남의 장 또는 혼자만의 휴식 장소였다. 카페 앞은 길을 점령한 간이 테이블과 의자들로 가득하다. 노천카페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혼자 또는 둘씩 자리를 잡고 앉는다. 웨이터가 테이블로 오면 인사와 함께 간단한 주문을 한다. 커피 한 잔 아니면 차 한 잔. 아, 크루아상을 추가해도 좋다. 이렇게 하면 보통의 아침식사가 된다.


  메뉴는 커피 종류, 차 종류로 이뤄져 있고, 한국처럼 베이커리 메뉴가 다양하진 않다. 혼자 앉은 사람들은 다리를 꼬고 담배를 태우거나 신문을 읽고, 동행이 있는 사람은 수다꽃을 피운다. 노트북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의 카페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지방의 작은 도시에선 전통적인 프랑스 카페만이 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VICHY에서도 오래된 건물에서 한껏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인장의 취향이 강하게 표출되는 카페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없다 보니 VICHY의 카페는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제각각인게 특색있다.


  강렬하게 기억나는 반지하의 한 카페는 이상하게 햇볕이 참 잘 드는 곳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이 카페 전망의 전부였지만 안락한 분위기가 넘치는 곳으로 나이 든 친절한 주인장이 맞아주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공부는 무슨, 서로에게만 집중하게 되는 마법이 걸린 곳 같다. 난 VICHY에서 진정한 프랑스 카페를 체험했다고 생각한다.


KECK'S Café Nature Shop

16 rue d’Allier 03200 VIEUX VICHY
https://www.keckscafevichy.com






  보통의 한국 카페와 비슷한 풍경은 제과점인 pâtisserie에 있다. VICHY에서 즐겨 찾던 내 단골 제과점은 어학원 가던 길에 있던 pâtisserie lafrati(라프하띠 제과점). 빵이나 케이크를 살 때 친절한 주인 아주머니 덕에 약간의 담소를 나누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고전적인 느낌을 풍기던 붉은 진갈색 인테리어(현재는 재단장하여 깔끔한 인테리어로 바뀌었다)에 색색깔의 예쁘고 작은 케이크들.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던 빵들. 이곳의 pain au raisin blanc(백건포도빵)은 세상 최고의 맛이었다.



뺑 오 쇼콜라, 크루아상 / 내가 제일 좋아했던 뺑 오 헤장 블랑(pain au raisin blanc) / 예쁘고 아름다운 케이크들


   이곳에선 친구들과 함께 차와 케이크를 시켜 놓고 수다를 떨기도 했으며 종종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길에 케이크를 포장 주문했다. 하루가 달콤해지는 날을 만드는 게 프랑스에선 너무 쉬웠다. 확실히 보장된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2023년 현재 재단장한 Pâtisserie lafrati


Pâtisserie lafrati

3 place de la Victoire 03200 Vichy
https://patisserieiafrati.com






  제과점을 얘기하고 있자니 빵집을 빼놓을 수가 없다. 프랑스 boulangerie(빵집)에서는 빵 종류와 샌드위치를 팔고, patisserie(제과점)에서는 케이크와 마카롱 등 디저트를 팔아 제빵과 제과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빵집은 식사 공간이 없고 주문 후에 종이로 포장된 빵을 받아 나간다. 이른 아침에는 다들 그날 먹을 식사 빵이나 간단한 크루아상, 뺑오쇼콜라(pain au chocolat, 초코 페스츄리) 등을 사기 위해 팔짱을 끼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빵집은 회전율이 엄청났지만 제과점은 달랐다. 보통 카페를 겸하고 있기도 한지라 노천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차 한잔과 디저트를 즐길 수 있었다.


VICHY의 빵집, Maison Jouannet / 어학원과 가까워 많은 학생들이 찾는 곳!



   흔한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형 카페도 분명 존재한다. 손쉽게 공부 장소가 되며 여러 다양한 메뉴들이 즐비하고 현대식으로 꾸며져 있던 카페가 VICHY에도 있었다. 어학원 근처에 Cocoon(코쿤)이라는 카페로 확실히 한국 학생들이 많이 갔다. 나는 프랑스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가을에서야 그 카페를 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마셨던 라떼, 북유럽 감성의 인테리어, 공부할 수 있었던 널찍한 공간 등이 여전히 생생하다.


어학원 근처에 있던 Coccon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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