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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레] 결국에는 도돌이표, King

삿포로 여행 ep2.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스아게 + 사무라이

by 사이 Feb 13. 2025

삿포로 여행 ep1.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킹수프 에 이은 글입니다.



처음이 아니라 미안한 맛,
스아게플러스


눈도 오지 않고 라벤더도 없는 애매한 시기의 홋카이도는 비행기값도 숙박비도 저렴하다. 그리고 춥지도 덥지도 않아 두 발로 걸어 다니기 좋은 시기다. 가장 좋은 건 맛집을 줄 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물론 밥때를 살짝 비껴가야 보다 안전하게 줄 서지 않고 맛집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간 곳이 기대하고 기대했던 수프카레의 명소 ‘스아게플러스’ 그 명성만큼이나 분점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일본 본토에서 맛보는 스아게플러스. 너의 정통성을 보여줘! 기대를 잔뜩 품고 그곳 문을 두드렸다. 역시나 혼자였고 창 밖 풍경을 볼 수 있는 바 좌석에 앉았다. 대기줄은 없었지만 국적이 다양한 사람들이 보인다. 한쪽 구석엔 캐리어도 보인다. 이곳이 맛집이어서 그런 건지 코로나 이후라 여행이 좀 더 자유로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곳이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은 곳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도 있고 밀키트도 있다. 전에 갔던 곳보다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이다. 이곳 시그니쳐 사이드 메뉴인 감자 모찌를 먹으며 명성이 자자한 이곳 수프카레에 한껏 기대 부풀어 있었다. 기다리던 수프카레가 내 앞에 놓였다. 역시나 온갖 야채들이 들어앉아있다. 꼬치 몇 가닥이 야채들을 더 풍성하게 뽐낼 수 있도록 자리하고 있다. 국물부터 먹어본다. 응? 뭐지?! 맛은 있는데 머리에서 폭죽이 안 터진다. 팡! 팡! 팡! 폭죽이 터져 먹는 거 빼고 생각이 안 들어야 하는데 온갖 잡생각이 드는 맛이네. 수프카레가 처음이 아니어서 그런 건지 이곳 수프카레는 비주얼은 더 나았으나 맛은 감동스럽지 못했다. 전에 먹었던 ‘킹수프’ 생각이 난다. 강인하게 각인된 킹수프의 맛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기준이 되어 수프카레를 저울질하게 된다. 이곳 수프카레도 빼어나나 첫 감동만큼은 아니다. 이곳이 처음이었으면 어땠을까?! 처음은 역시나 강렬하다. 감자모찌가 맛있어 감자모찌에 묻히는 그런 맛이다.



닭꼬치 위로 야채들이 올라가 있어 풍성하고 맛깔스럽게 보임. 실제로도 맛나요. 다만 제 입맛은 킹수프!
어두워지는 창밖을 구경하면 먹는 한끼 (左) / 감자모찌가 요물이네. 하나 먹고 맛나서 또 하나 시킴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 가지 못하면
‘사무라이 수프카레’


나의 홋카이도 여행은 삿포로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30분 거리임에도 기찻길옆 바다를 볼 수 있는 오타루, 알록달록 조각보 꽃밭으로 유명한 후라노와 비에이 그리고 일본 3대 야경이라고 하는 장거리 하코다테에 이르기까지 기차를 중심으로 쉽게 당도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삿포로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데 수프카레를 즐기기 위해 스스키노까지 걸어가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날이 춥고 비나 눈이 오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래서 방문한 곳이 삿포로역 지하상점가에 있는 ‘사무라이 수프카레’. 지하상가의 수많은 점포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자리가 협소하고 때론 밥 먹다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수 있다. 매장이 넓진 않지만 오밀조밀 편리함은 갖추고 있다. 캐리어를 한쪽 구석에 둘 수도 있고 태블릿 속 한국어 메뉴판으로 주문할 수  있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하루 야채가 모두 들어있는 수프카레다. 하루에 섭취해야 할 야채의 양만큼 야채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생각보다 그 양이 많아 한 끼를 먹고 나면 2 끼을 굶어도 될 정도의 양이. 연근, 우엉, 콩, 파프리카도 초록과 빨강, 감자, 호박, 당근, 반갑진 않지만 심지어 무까지 있다. 이곳은 수프 국물 보단 야채 토핑에 힘을 쓴 곳이다. 뜨끈한 국물을 양껏 먹는 걸 기대한다면 이곳은 아니다. 이곳은 야채 토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킹수프 보단 세련된 느낌. 베스트 메뉴인 하루 야채 한가득! (左) / 협소하지만 직원 부르지 않고 주문하기 편함 (右)



삿포로 수프카레 집들은 집집마다 개성이 있다. 다들 한 가지씩 장점들이 있다. 주인공인 수프카레의 개성은 두말할 것 없고 그것을 둘러싼 사이드 메뉴나 라씨 등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들이 함께 한다. 공력이 오래된 집일수록 다국적 고객들을 많이 접대해서 그런지 주문방법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고 보다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밀키트도 준비되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까지 진출해 있다. 그런데 늘 마음에 이정표로 남아있는 집은 첫 집이다. 주문방법을 안내하는 메뉴판도 다른 곳과 비교해 어설프고 조악하지만 그 국물 맛만은 나를 사로잡았다. 화려한 야채 토핑도 없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흔한 사이드 메뉴도 없지만 카레수프만큼은 그 어디에도 지지 않는다. 물론 내 입맛 기준에서 말이다.


여러 수프카레 집을 다녀봤지만 언제나 도돌이표였다. 첫 수프카레, 첫 스푼의 국물. 그 맛이 무척이나 강렬했기에 다른 수프카레를 접해도 늘 그 맛이 그립다. 첫맛이 기준이 되어 다른 맛을 접해도 이 맛이 아닌데 다시금 첫맛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꼭 여행 마지막 날엔 다른 수프카레 맛에 못내 아쉬워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 20여분을 걸어가 먹고야 마는 그 맛 킹수프 카레. 너는 나에게 수프카레의 킹이다. 너로 시작해서 너를 끝나는구나. 강렬한 이 녀석을 끊을 수 없어 또다시 삿포로 비행기를 알아본다.


비주얼은 다른 곳에 비교에 멀텅하지만 국물맛이 찐해요~!




감자모찌랑 같이 먹으면 금상첨화 스아게플로스

https://maps.app.goo.gl/btrtzY4S5AQnewPf7


삿포로역에서 수프카레가 먹고 싶다면 사무라이

https://maps.app.goo.gl/VN6pPxNpDYzkTway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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