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ep3.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라마이
삿포로 여행 ep2.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스아게 + 사무라이에 이은 글입니다.
한국에서도 때때로 생각나는 맛.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 맛. 그 맛을 보려면 삿포로에 가야 한다. 추운 겨울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찾아가 먹으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이번 여행은 만개한 라벤더 꽃밭을 보기 위해 더운 날 찾아갔다. 수프카레의 이정표인 킹스프로. 이거 아닌 다른 수프카레를 먹으면 언제나처럼 마침표 찍듯 마지막날 결국에는 찾게 되는 그 맛. 이번에는 첫날 맛보았다. 역시나 맛있는 맛! 먹고 또 먹어도 맛있는 맛이다. 국물파인 나에게 딱인 맛이다.
여러 날 머무는 이번 여행에서 킹수프를 넘볼만한 수프가 없나 찾아본다. 어디 갈까?! 나 같은 뜨내기 관광객이 많이 가는 스스키노 번화가를 벗어나 가닿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찾아가서 먹어봤더니 맛있다! 하는 집을 찾아보련다. 딱 맞아떨어지는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평점이 높은 집을 발견했다. '라마이'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선
비밀의 레시피 '라마이'를 맛보다
어라 이 길이 맞나?! 번화가에서 벗어나니 이곳에 과연 식당이 있을 법 한가?! ‘도착’인데 뭐지?! Ramai 간판은 걸려있는데 이 문을 열어도 되나?! 싶은 문을 열어보니 깜깜하다. 영업 안 하나?! 부처의 시퍼런 얼굴이 떡하니 있고 또 문이 있다. 그 문을 여니 안에 사람들이 들어앉아있다. 긴 대기는 아니지만 안쪽에 사람들이 서너 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라리 긴 대기줄이 나 여기 있소! 들어오시오! 해야 잘 찾아왔군! 하고 확신 할 것 같다.
‘참으로 친절하다’ 순서를 기다리는데 간드러진 카운터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 저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며 뭘 먹을까?! 번역기를 돌리는 내 느린 주문에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는 아저씨. 콜라를 가져다주는 여인도 미소를 장착했다. 심지어 맥주잔에 주는 콜라 인심도 친절 그 자체다.
에낙 브로콜리. [Enak] 맛있는 (인도네시아어) / 이곳도 브로콜리는 추가 주문으로 먹을 만큼 맛나나 보다. 보글보글 초록 파마 머리 수염아저씨 안내문에 풋웃음이 난다. 밥은 찰지지만 질지 않다. 밥알이 뭉개져 있지 않고 한 톨 한 톨 살아있어 국물 한 스푼에 밥 한술을 입에 물면 밥알이 입안에서 살아 돌아다니다 씹기도 전에 꿀떡 넘어간다. 뭐지?! 범상치 않은 맛에 이곳 추천 음료 라씨도 주문해 본다. 빠라바밤! 칼칼한 7단 수프카레에 코코넛 라씨를 먹어주니 와우~! 신이 난다. 혼자서 끙끙 앓는 맛있는 맛! 앞사람이라도 있으면 하이파이브라도 했을 맛! 모든 수프카레는 저리 가라! 하는 맛! 눈 오는 추운 삿포로에서 먹었으면 천국이 열리는 맛, 천상의 맛이다. 과즙 마냥 무르고 달큼한 당근은 야채인가 과일인가?! 초록 기둥 풀떼기 브로콜리가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맛도 깊고 그릇도 깊고! 너가 1등이다!
라마이 수프카레가 모든 것을 평정했다. 내 짧은 수프카레 경력이지만 이정표이자 도돌이표였던 킹수프를 완벽히 제치고 1등 자리에 등극했다. 당분간 이 순위는 바뀔 것 같지 않아. 몇 군데 가보진 못 했지만 라마이 수프카레가 짱이다!
라마이는 비밀의 문을 통해 들어가 비밀스러운 마법의 맛을 선보이는 곳이다. 라마이가 수프카레의 첫 집이 된다면 기준점이 꽤 높아 웬만한 곳에선 만족하기 어려울 듯 싶다. 나의 도돌이표이자 마침표가 킹수프였듯 첫 수프카레가 라마이 이면 결국 돌고 돌아 이곳으로 다시 올 것 같다. 나 역시도.
https://maps.app.goo.gl/dJusgP91aUGGpyeV7
#퇴사 #혼자여행 #혼여 #아줌마_여행 #여자_혼자_여행 #엄마_혼자_여행 #홋카이도 #삿포로#삿포로_맛집 #삿포로_수프카레 #스스키노_수프카레 #수프카레 #스아게플러스 #사무라이_수프카레 #킹수프 #라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