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프카레] 이제부터 너가 1등이다

삿포로 여행 ep3.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라마이

by 사이


삿포로 여행 ep2. 나만의 수프카레 로드 : 스아게 + 사무라이에 이은 글입니다.



한국에서도 때때로 생각나는 맛.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 맛. 그 맛을 보려면 삿포로에 가야 한다. 추운 겨울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찾아가 먹으면 그 맛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이번 여행은 만개한 라벤더 꽃밭을 보기 위해 더운 날 찾아갔다. 수프카레의 이정표인 킹스프로. 이거 아닌 다른 수프카레를 먹으면 언제나처럼 마침표 찍듯 마지막날 결국에는 찾게 되는 그 맛. 이번에는 첫날 맛보았다. 역시나 맛있는 맛! 먹고 또 먹어도 맛있는 맛이다. 국물파인 나에게 딱인 맛이다.


여러 날 머무는 이번 여행에서 킹수프를 넘볼만한 수프가 없나 찾아본다. 어디 갈까?! 나 같은 뜨내기 관광객이 많이 가는 스스키노 번화가를 벗어나 가닿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찾아가서 먹어봤더니 맛있다! 하는 집을 찾아보련다. 딱 맞아떨어지는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 평점이 높은 집을 발견했다. '라마이'




비밀의 문을 열고 들어선
비밀의 레시피 '라마이'를 맛보다


어라 이 길이 맞나?! 번화가에서 벗어나니 이곳에 과연 식당이 있을 법 한가?! ‘도착’인데 뭐지?! Ramai 간판은 걸려있는데 이 문을 열어도 되나?! 싶은 문을 열어보니 깜깜하다. 영업 안 하나?! 부처의 시퍼런 얼굴이 떡하니 있고 또 문이 있다. 그 문을 여니 안에 사람들이 들어앉아있다. 긴 대기는 아니지만 안쪽에 사람들이 서너 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라리 긴 대기줄이 나 여기 있소! 들어오시오! 해야 잘 찾아왔군! 하고 확신 할 것 같다.

KakaoTalk_20241015_224900583_16.jpg
KakaoTalk_20241015_224900583_13.jpg
KakaoTalk_20241015_224900583_15.jpg
비어있는 널은 주차장에 떡 하니 있어 창고 인줄 알았다. 문에서 문으로 넘어가야 여기가 식당이구나 알 수 있다.
KakaoTalk_20241015_224657195_22.jpg
KakaoTalk_20241015_224657195_24.jpg
KakaoTalk_20241015_224900583.jpg
좁은 카운더(左) 옆으로 기다란 대기석(中)이 있다. 대낮인데 실내는 어두컴컴하다. 테이블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안내문들(右)



‘참으로 친절하다’ 순서를 기다리는데 간드러진 카운터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다. 저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며 뭘 먹을까?! 번역기를 돌리는 내 느린 주문에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는 아저씨. 콜라를 가져다주는 여인도 미소를 장착했다. 심지어 맥주잔에 주는 콜라 인심도 친절 그 자체다.


에낙 브로콜리. [Enak] 맛있는 (인도네시아어) / 이곳도 브로콜리는 추가 주문으로 먹을 만큼 맛나나 보다. 보글보글 초록 파마 머리 수염아저씨 안내문에 풋웃음이 난다. 밥은 찰지지만 질지 않다. 밥알이 뭉개져 있지 않고 한 톨 한 톨 살아있어 국물 한 스푼에 밥 한술을 입에 물면 밥알이 입안에서 살아 돌아다니다 씹기도 전에 꿀떡 넘어간다. 뭐지?! 범상치 않은 맛에 이곳 추천 음료 라씨도 주문해 본다. 빠라바밤! 칼칼한 7단 수프카레에 코코넛 라씨를 먹어주니 와우~! 신이 난다. 혼자서 끙끙 앓는 맛있는 맛! 앞사람이라도 있으면 하이파이브라도 했을 맛! 모든 수프카레는 저리 가라! 하는 맛! 눈 오는 추운 삿포로에서 먹었으면 천국이 열리는 맛, 천상의 맛이다. 과즙 마냥 무르고 달큼한 당근은 야채인가 과일인가?! 초록 기둥 풀떼기 브로콜리가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맛도 깊고 그릇도 깊고! 너가 1등이다!

KakaoTalk_20241015_224900583_06.jpg 음료 인심이 크다. 맥주잔에 나온 라씨와 콜라, 추가한 브로콜리도 간이 되어 있어 맛나다. 스프는 두말 할 것 없이 맛있다.



라마이 수프카레가 모든 것을 평정했다. 내 짧은 수프카레 경력이지만 이정표이자 도돌이표였던 킹수프를 완벽히 제치고 1등 자리에 등극했다. 당분간 이 순위는 바뀔 것 같지 않아. 몇 군데 가보진 못 했지만 라마이 수프카레가 짱이다!


라마이는 비밀의 문을 통해 들어가 비밀스러운 마법의 맛을 선보이는 곳이다. 라마이가 수프카레의 첫 집이 된다면 기준점이 꽤 높아 웬만한 곳에선 만족하기 어려울 듯 싶다. 나의 도돌이표이자 마침표가 킹수프였듯 첫 수프카레가 라마이 이면 결국 돌고 돌아 이곳으로 다시 올 것 같다. 나 역시도.




https://maps.app.goo.gl/dJusgP91aUGGpyeV7



#퇴사 #혼자여행 #혼여 #아줌마_여행 #여자_혼자_여행 #엄마_혼자_여행 #홋카이도 #삿포로#삿포로_맛집 #삿포로_수프카레 #스스키노_수프카레 #수프카레 #스아게플러스 #사무라이_수프카레 #킹수프 #라마이

keyword
이전 27화[스프카레] 결국에는 도돌이표, 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