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이 제일 소중한 하루
친구 : 잘 지내?
나 : 그냥저냥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에게
이른 아침 '그냥저냥'이라고 안부를 전하며 시작한 하루가
피로 끝나는 하루가 되었다.
피가 멈추질 않았다.
고작 1cm 찢어졌는데
깊게 찢어져서 그런지 1시간이나 지혈이 안 되었다.
에효 택배 정리하는 게 뭐 그리 중하다고 서두르다 피를 보고야 말았다.
늦은 밤이라 대충 상처를 싸매고 잠들어버렸다.
수영을 다녀와서인지
오랜만에 몸 담근 락스물로 알레르기 약을 먹어서인지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상처를 살피니
피는 멈춰있지만 상처가 벌어져있고
꾹 눌러보니 피가 붉게 휴지 위로 베어 올라온다.
고작 1cm인데....
병원을 갈까 말까 고민이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
멈출 수 없는 집안일로 살점이 벌어졌다 아물다 반복하며 더디 낫겠지...
아직도 욱신대는 상처, 병원을 가야겠다.
수술대에 눕고 라이트가 여러 개인 수술등이 켜진다.
마취 없이 꿰맬 줄 알았는데 제법 묵직하게 아픈 마취주사, 이내 아무 감각이 없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았다.
고작 1cm인데 말이다.
쌓인 택배가 보기 싫어 서두르다 피 보고
작은 상처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공사였다.
그냥저냥
아침에 무심코 심드렁하게 내뱉은 단어가 크게 다가온다.
특별할 것 없는 지루하고 무료한 별일 없는 평범한 하루가
가장 소중한 하루라는 걸 깨닫는 하루다.
고작 1cm 상처가 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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