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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일상인데 애쓸 필요 있나

또 최선을 다해보려 했던 필라테스 첫날

by 사이

딸 : 엄마! 엄마 엄청 웃겼어!


나 : 응?! 왜?!


딸 : 겉으로는 '흥~! 나는 괜찮아~ 나는 잘해' 하고 편하게 보이려고 애쓰고

안으로는 아흑아흑 하며 땀 흘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웃겼어.


아... 또 애썼네 애썼어.. 감추려고 해도 감추어지지 않나 보다.

아니면 내 아이라 내 감정을 잘 읽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힘들지 않은 척하며 '나 잘난 평정심'을 보이려 했으나

내 마음은 바빴고 욕심 내고 잘하려고 애썼고 힘들지 않은 척 별거 아닌 듯 굴었다.


돈 받고 하는 일이 아닌 돈 주고 하는 운동인데도 말이다.




동네 시립 스포츠센터에서 월 4만 원 주고 매일 나갈 수 있는 요가를 제쳐두고

1인 1회 6만 원 개인레슨을 하는 필라테스를 끊었다.


단 3 회지만 거금이다.

그룹레슨 전에 초보는 개인레슨을 권장해 눈 딱 감고 끊었다.


방학중인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요가 등록이 안 되어 이참에 자세도 교정할 겸

나의 버킷리스트인 필라테스를 시작한 첫날이었다.


1시간 남짓 하는 수업에 온갖 잡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어라! 기구 위에서 하는 요가네...'

'흠... 한 달 4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1인 1회 6만 원, 2만 원이나 더 주고 하네.'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잖아. 그리고 자세도 바로바로 교정해 주고 호흡도 맞추기가 쉽네.'

'내 몸 상태에 따라 피해야 할 자세와 강화해야 할 자세를 알려주니 좋구먼!'


요가하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데 필라테스도 민망스럽게 땀이 흐른다.


이때부터였던 거 같다. 딸아이가 피식피식 웃던 게.


본전 생각에 몸은 열심히나 몸은 따라주지 않고

잡생각에 정신이 흐트러져 중심을 잃는다.




일은 잘하고 싶지만

육아와 일을 양립하기에 시간과 체력은 받쳐주지 않고


어찌어찌 일을 쳐내면 "너밖에 없어, 누가 하니"

또 다른 일 떠밀림에 '내가 잘해서?!' 잘난 맛에 일 받아 놓고 끙끙되고


연공서열로 올라가는 승진체계와 육아휴직으로 밀린 내 직급

그 사이에서 오는 바닥 치는 자존감과 상실감, 때론 분노.


그럼에도 별거 아닌 척,

그놈의 '난 괜찮아' 하는 잘난 맛에 버티던 회사시절.


지금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독려하며 '괜찮아 괜찮아' 하는 것도 자만심이었다.

힘들면 힘들다 우는 소리 내며 자빠져야 했다.


힘듦을 꼭 견뎌야 했던 건 아니었다.

오늘 필라테스처럼 말이다.




일이 아닌 나를 위한 편안한 일상인데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나.

즐거운 마음으로 딸과 함께 남은 시간을 즐겨야지.


그리고

문득문득 떠오르는 트라우마 같은 회사시절이

기억에서 옅어지길 바란다.



#일상 #운동 #필라테스 #아이와 #육아 #빌어먹을_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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