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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행복

by 사이

최고급 서비스는 말을 줄여야 돼!

고객님~ 마사지 시작할게요~




찢어진 손가락을 부여잡고 피 흘리며 안절부절못하다

피가 멈추고 만사 귀찮아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세수는 했지만 로션은 안 발라 누운 채

"얘들아, 엄마 얼굴에 로션 좀 발라주라~"


게임하던 녀석들이 쏜살같이 오더니

한 녀석은 얼굴에 로션을 짜고 다른 녀석은 원을 그려가면 발라준다.


물론 곱게 발라주진 않는다.

엄마 얼굴에 우수꽝스러운 모양을 내고 키득키득 웃는다.


눈을 감고 아이들 웃음소리를 듣는다.

통통한 손으로 원을 그리는 아이의 말캉한 손이 느껴진다.


손은 아려 욱신거리고 아프지만

아이들의 밝음이 스며들어 나도 방긋 웃는다.

행복하다.




딸 : 고객님~ 오늘은 특별히 마사지해드릴게요


그리고 이내 잔잔한 백뮤직도 깔고 은은한 조명도 켜준다.

아들 녀석은 내 다리 쪽으로 자리를 옮기다 발목이 아팠던 모양이다.


아들 : 엄마 제가요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려다 이렇게 되어서 아파요.


나 : 그래~ 아팠구나 아팠어.


위로해 주니 마사지해주겠다던 아들은 내게 안겨 어리광 부리다 장난칠 궁리를 한다.

손가락이 아파 손을 위로 치켜든 엄마 품에서 버둥거리며 조잘대는 아들을 향해 딸아이가 한마디 한다.


딸 : OO아~ 최고급 서비스는 말을 줄여야 돼! 쉿~!

고객님 마사지 시작할게요~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마사지나 하라는 속뜻


(딸, 맞지?!) 내 식대로 해석했는지 모르지만 딸아이가 내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다.

언제 큰 거야?! 엄마 마음을 이렇게나 잘 알아채네!


딸아이의 손끝이 야무지다.

고급 서비스는 말을 줄여야 한다는 눈썰미도 생겼다.


늘 곁에 있어서 크는 줄도 모르고 키웠는데

어느덧 딸아이는 엄마 마음을 읽어낼 정도로 몸도 마음도 컸다.


키웠다고 표현했지만 아이들은 제 갈 길을 찾아 알아서 잘 크는 것 같다.

내가 아이들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작은 우주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걸 알고

생각했던 것보다 깊고 폭넓은 사고를 한다.


그리고 그 옆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따라 큰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과 생각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세상,

아이들이 많은 행복꾸러미를 안겨준다.


보드람고 고운 손이 내게 전하는 말

"행복은 작고 가까운 곳에 있어요."


1cm 상처가 내게 전한 말이다.


#일상 #상처 #육아 #성장 #행복 #아이_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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