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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져봐도 돼요?

자유를 고하니 낯선 즐거움이 찾아온다.

by 사이

만져봐도 돼요?


한바탕 수영하고 '오늘도 끝~! 기분이 좋구먼!'

상쾌하게 샤워하고 나와 짧은 머리를 말리는데 옆에 계신 분이 건넨 말이다.

우린 서로 벌거벗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같은 레인에 있었고

지금은 상급반으로 올라가 안다고도 뭐 하고 모른다고도 뭐 한 눈인사하는 사이


그전에도 간간이

"머리색이 회색이네요~", "오늘은 보라색이에요. 매번 바꾸세요?!" 하고

내 머리카락 색깔에 유독 관심을 보이시던 분


긴 줄이 서있는 샤워기 앞이 아니라

갈 사람들은 가고 조금은 한산한 헤어드라이기 앞


덜 마른 머리카락을 두고 헤어드라이기를 멈췄다.

"만져보세요" 웃으며 대답했다.


관심을 보인 사람은 있어도 만져보고 싶다고 말을 건넨 사람은 처음이다.


나 : 색이 매번 바뀌죠?!

탈색한 머리에 애쉬라벤더를 입힌 머리예요.


그녀 : 그럼 이렇게 돼요?


나 : 애쉬라벤더색은 한 달도 안돼 다 빠져요.

이후로 색을 입히는 트리트먼트를 사용해요.

애쉬바이올렛 색을 입었다 물이 빠지면서 옅은 보라였다. 회색이었다.

퍼렇다. 초록이었다. 노랗게 돼요.


그녀의 큰 눈이 더 커진다. 호기심 가득하다.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었어요" (만지작)


(속마음) '저도 매번 바뀌는 제 머리가 신기하고 재미있답니다.'


내 첫 브런치북 1화가 염색 머리 '라벤더 애쉬'일 만큼 해방의 단어요 즐거움을 선사하는 단어다.

나의 행복단어 01화 라벤더 애쉬 : 너에게 자유를 고하라




검정 단발머리로 귀속됐던 회사시절과 안녕하려고 애쉬라벤더를 입혔는데

회사졸업 후 라벤더 마냥 꽃길이다.


내게도 예쁜 꽃이 피었고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도 어여쁜 꽃이 피었다.

오늘처럼 말이다.


단지 머리색만 바꾸었을 뿐인데

초롱초롱 관심 어린 눈으로 바라봐주고 따뜻한 말을 건넨다.


벌거벗고 있다는 민망함도 잊은 채

"만져봐도 돼요?" 하고 대범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 그녀가 반갑다.


집으로 오는 길 '풋'하고 입꼬리가 오른다.

글을 쓰는 오늘도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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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색(左) 후 애쉬 라벤더 염색(中) / 물빠진 후 애쉬바이올렛 트리트먼트 한 머리색(右)



#퇴사 #염색 #즐거움 #라벤더 #바이올렛 #수영장 #대범한_그녀 #호기심_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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