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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 글로 배우는 접영

몸이 안 따라주면 외워서라도 해본다.

by 사이

접영을 배운 지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물을 타지 못한다.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으로 자주 보는 접영과 고래 영상들. 커다란 고래가 가슴을 밀어 꼬리를 힘차게 차는 모습을 볼 때면 그 거대한 녀석을 닮고 싶다.



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나를 꿈꾼다.


양팔이 덩치에 비해 나처럼 크지 않음에도 어쩜 저렇게 묵직하게 물을 가를 수 있을까? 몸짓에 비해 짧은 꼬리로 어쩜 저리도 킥을 잘 찰 수 있을까? 내 다리는 내 몸집에 비해 그 녀석보다 훨씬 긴데도 허우적 되기 일쑨데 말이다. 요 녀석은 신나게 킥을 하며 위로 날아올라 제 몸을 한껏 띄워 회전까지 한다. '아! 얼마나 멋진 영상인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 역시 선비 마냥 힘들이지 않고 가슴과 꼬리로 점잖게 유영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멋지다. 잠영을 저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이지 않고 허리와 가슴을 아래로 꿀렁꿀렁하며 꼬리로 물을 꾹꾹 눌러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다. 내 잠영도 녀석을 닮고 싶다. 20대 수영을 못하던 시절 시드니 본다이 비치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사이로 돌고래들이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곤 나도 그 녀석들과 함께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다. 30대 중반 육아휴직 때 배운 수영, 마흔 중반 들어 본격적으로 꾸준히 하기 시작한 수영을 배우며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꿈꾼다. 고래와 함께 하는 수영을.



접영은 여전히 제자리


이윽고 수영을 3번의 시도 끝에 배웠고 최근 1년 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자세가 잘 나오진 않지만 얼추 자유형과 배영, 평영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놈의 접영은 당최 모르겠다. 예상은 했다만 나는 유연하지 않다. 접영을 하려면 유연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이브를 타줘야 하는데 앗! 엉덩이에서 걸린다. 나는 킥을 세게 차고 엉덩이를 봉긋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웨이브가 아니라 일자로 있다 엉덩이만 올렸다 내렸다 꺾기 일수다. 선생님이 잡아 주고 나서야 '아! 이런 거구나!' 하고 매번 느낄 뿐이다. 킥도 마찬가지다. 접영은 입수킥과 출수킥 2번을 차야 하는데 선생님의 발차기처럼 힘차게 내리쳐 지질 않는다. 자유수영에 귀동냥을 하니, 입수킥을 할 때 배꼽에 힘을 팍 주고 배꼽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숙이 들어가라고 한다. 'OK~! 배꼽 힘 팍!' 그래 들어가긴 들어간다. 근데 너무 깊이 들어간다. 가슴을 밀어 앞으로 가야 하는데 자꾸 제자리에서 머리와 다리만 까딱까딱거린다. 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슈퍼맨 했다 팔꿈치 꺾어 가슴 앞으로!


흔히 접영을 할 때 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한다. 입수 후 머리가 수면 위로 올라갈 때쯤, 머리가 물 위로 올라와서는 안 되고 수면 근처에 올 때쯤 물을 잡아 뒤로 푸시하면서 출수 킥을 하라는데 팔이 너무 아프다. 물을 잡아 뒤로 빼내야 하는데 내가 물을 앞에서부터 뒤로 일자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마찰이 많아져 힘이 들어간단다. 덩치가 큰 남자도 그렇게 하면 힘들어서 못한단다.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물을 잡을 때는 가슴으로 당겼다 허벅지 뒤로 밀어내라고 한다. 근데 이 말을 못 알아들겠다. 가슴으로 어떻게 당기지?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 몇 주가 지나가고 다른 선생님이 슈퍼맨 한 양손 팔꿈치를 꺾어 가슴 앞으로 가져오라고 한다. 몇 차례 해보니 ‘어! 이건가?!’ 느낌이 온다. 전보다 물을 잡아 오는 게 한결 편안해졌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거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나의 접영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갑니다.


나의 접영은 이런 식이었다. 월화수목금, 5일을 나가 하지만 입수킥과 출수킥도 제대로 하질 못 하고 박자도 못 맞추고 물 잡는 건 한없이 힘들었다. 그러다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알아가고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다. 지금도 잘한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영 알 수 없었던 이전보다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입수킥 할 때 이렇게 해야 하고 물을 잡을 땐 이렇게 해야 낫구나 하는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박자는 어제 어쩌다 맞았지만 오늘은 영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인지 잘 맞질 않는다. 매일 수영가방을 달랑달랑 들고 나오며 오늘도 다시 한번 접영 방법을 복기해 본다.



몸이 안 따라주면 달달 외워 암기하듯이 해본다.


양팔이 머리 위로 오면 먼저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머리 입수와 함께 발을 힘차게 입수킥을 한다. 이와 동시에 가슴을 밀며 양팔이 벌어지는데 팔꿈치를 구부려 물을 가슴 앞으로 품어 가져오다 뒤로 밀어 푸시한다. 양팔을 뒤로 푸시할 때 2번째 킥 출수킥을 찬다. 글 쓰면서도 다시 한번 복기하고 외운다. 몸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따라주지 않는 몸치이다 보니 운동도 암기식이다.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춤은 더 가관이다. 혼자 흥에 겨워 나름 ‘리듬 타며 춤 춘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찍어준 영상 속 나는 엉덩이를 쑥 빼내고 엇박자로 흔드는 빗자루 같았다. 오... 디어! 제 몸 좀 구원하소서.



사실 지금도 앞서 복기한 접영 방법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이렇게 복기한다고 이 방법대로 내 몸이 움직이는 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매일 복기하며 머리부터 손발까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매번 되뇐다. 오늘도 추운 겨울날 찬물에 입수해 두 팔과 두 발을 쭉 뻗어 힘차게 나아간다. 할머니가 되기 전에 하겠지! 내 꿈 접영 하는 할머니! 돌고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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