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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꾹꾹-! 그리고 짧은 음파!

오랜만에 하는 수영 복기

by 사이

오랜만에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근다. 아이들 방학 중 이곳저곳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한 달 만에 찾은 수영장이다. 수영장 샤워실의 꿉꿉한 냄새조차 내심 반갑다. 입수 전 수영복에 비누칠을 문질문질 해 쏙 하니 수영복 속으로 몸을 넣고 남은 비눗물로 온몸을 깨끗이 씻어준다. 그냥 쓰면 잘 안 써지는 실리콘 수모에 물을 한가득 넣고 머리로 덮어쓴다. 아~ 좋다! 이 쫀쫀한 맛. 물안경 차례다. 대충 비누로 렌즈를 닦고 김서림 방지제로 다시 한번 문질러 준다. 이러면 강습 내내 습기 차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오늘도 수영장 바닥을 맑게 볼 수 있겠군! 어찌나 수질 관리는 잘하는지 5성급 호텔 수영장 보다 낫다.




제일 어려운 자유형


오랜만에 하는 수영은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된다. 몸이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잘못된 습관이 또다시 나올까 하나하나 나름 나만의 순서를 복기한다. 남들이 잘하고 기본이라는 자유형이 나는 제일 어렵다. 물론 접영은 나에게 넘을 수 없이 어려운 영법이라 논외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물을 맞으며 자유형 글라이딩-호흡-발차기 연이은 동작을 되뇐다.


팔젓기

초급 때 몰랐던 글라이딩. 물과 수평을 이루며 물 위를 미끄러져 나가듯 나가야 한다. 이때 머리는 중심을 잡고 중앙에 있어야 하고 양쪽 어깨가 오픈되면서 팔을 회전해야 한다. 한 손은 앞으로 곧게 뻗어 길게 찔러주며 방향키 역할을 하고 다른 손은 물속에서 물을 잡고 회전해야 한다. 물속에서 회전하는 손은 손끝이 바닥을 향하게 하고 바닥을 지나는 시점에 팔꿈치를 살짝 구부려 밀어내는 물을 많이 담고는 뒤로 밀면서 힘차게 푸시해야 한다. 푸시와 동시에 반대 팔은 어깨가 열리며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글라이딩을 한다. 이렇게 양손을 앞뒤로 쭉쭉 벗어 글라이딩 팔동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영 몸에 익질 않는다. 팔꿈치가 뒤로 빠지기도 하고 어깨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팔만 휘졌게 된다. 출발 전 혼잣말로 외친다. 쭉쭉-! 팔 쭉쭉이가 필요해!


발차기

팔젖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발이 멈춰있다. 온통 신경이 손에 가있어 물장구를 힘차게 차지 않아 추진력 있게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허벅지의 대퇴근육으로 물을 꾹꾹 눌러 차 줘야 하는데 수면에서만 참방참방하기 일쑤다. 앞에 출발한 젊은 아가씨가 힘차게 발을 차고 나가는 모습이 부럽다. 어떻게 해야 허벅지를 이용해 물을 눌러 찰 수 있을까?! 아직까지 물을 느끼지 못 한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발차기를 잘하는 사람은 발가락 사이로 물살을 가르는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그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좀 더 기운을 내 힘차게 발차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꾹꾹-! 허벅지 꾹꾹이가 필요해!


호흡

25m 레일을 왕복으로 한 바퀴만 돌았을 뿐인데 숨이 차오른다. 아! 호흡! 음-파 하고 길게 내뱉었더니 공기를 너무 많이 내보내게 되어 더 많은 공기를 들이마시게 되고, 그 상태에서 다시 급하게 물속에서 내뱉다 보니 호흡이 흐트러진다. 물속에서 숨을 참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그때 짧게 음파! 하고 내뱉고 재빠르게 호흡했어야 했는데 많이 뱉고 많이 마시다 보니 호흡이 가빠져 페이스 조절이 안 된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출발해 본다. 시험 요점 정리하듯 ‘양팔은 쭉쭉- 어깨를 열어 앞뒤로 뻗어주고 발은 힘차게 꾹꾹 눌러서 차 준다. 그리고 호흡은 짧게!’ 머릿속에 글로 적고 밑줄 쫙 끗고 형광펜으로 별을 달아준다.



오랜만의 물질은 설렘과 긴장감을 준다. 나이 들어 배우는 수영을 도통 몸이 기억하진 못 하지만 이렇게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복기하다 보면 어느새 몸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오늘도 즐겁게 즐기다 가자! 그리고 기억하자!

쭉쭉-! 꾹꾹-! 음파!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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