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스타트송 : '벚꽃엔딩'과 '예술이야'
쿵-짝! 쿵-짝! 앞에 쿵은 강하고 깊게 울림이 두툼하다. 뒤에 오는 짝은 가벼운 두드림이다. 사운드가 커도 좋고 작아도 좋다. 일정한 리듬의 쿵-짝! 쿵-짝! 이 반복되는 음을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앞뒤로 흔들린다. GD의 ‘삐딱하게’, ‘me and My guitar’ 서로 다른 박자, 서로 다른 언어지만 나에겐 머리를 앞으로 리듬을 타며 깊게 내밀게 하는 동시에 발뒤꿈을 들어 자연스럽게 뛰게 해주는 달리기 음악이다. 달려야지 하고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달리기 뮤직리스트를 듣고 있으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리와 어깨가 리듬을 타며 발을 구르고 싶어진다. 운동화 하나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이다.
시작은 ‘벚꽃엔딩’ 그리고
끝이 아닌 달리기 스타트
어깨가 말아 들어갈 것 같은 최북단 우리 동네의 긴 겨울을 지나고 어느덧 따뜻한 봄햇살이 가득하다. 나뭇가지 위로 초록잎들이 비추더니 어느덧 핑크빛 탐스러운 벚꽃이 팡팡 퍼진다.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가족들과 해 즐 녘 벚꽃길을 걷는데 빠질 수 없는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다 플레이 리스트에 함께 있던 달리기 곡이 꼬리를 물고 흘러나온다. 쿵-짝! 쿵-짝! 그 리듬. 오랫동안 듣지 않았어도 몸은 기억한다.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천천히 벚꽃을 즐기던 발걸음은 어느 순간 발 돋음 하기 시작한다. 온 동네를 수놓은 벚꽃길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리고 쿵-짝! 음악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뛰어야겠다. 이 멋진 벚꽃 가득한 길을 뛰고 싶다. “엄마, 한 바퀴 뛰고 올게!” 그 길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또 돌았다. 뛰다 멈춰 서서 씩- 한번 웃으며 벚꽃 앞에서 셀카를 찍어본다. 기분 내키는 대로 한바탕 뜀박질한 것뿐인데 기분이 상쾌하다. 그 기분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 당장 뛸 수 있는 10km 마라톤을 신청을 했다. 순간의 기쁨으로만 남기기엔 아쉽다.
우스산에서 도야호를 잇는
달리기는 그야말로 '예술이야!'
기분이 미칠 듯이 예술이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 홋카이도 도야 호수를 발끝에 둔 우스산을 혼자 내려오며 아무도 없는 산길을 내려올 때, 고요한 적막감이 한순간 두려움으로 바뀌던 찰나 ‘싸이의 예술이야’를 들으며 20여분 동안 산길을 뛰어내려온 적이 있다. 우습게도 숲 속에서 날짐승, 특히 곰을 만날까 무서워 빨리 뛰어 내려가고 싶었다. 늘 나의 달리기가 그러하듯 예기치 못한 달리기는 숨 가빴다. 오랜만의 달리기 이기도 했고 비탈진 산길이라 호흡조절도 안 될뿐더러 ‘걸음아~ 나 살려라!’ 하는 목숨을 부지하려는 몸부림으로 날뛰는 뜀박질이었다. 노랫말처럼 ‘기분이 미칠 듯이 예술이야’가 아니라 내 몰골이 예술이었다.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이,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 내려온 덕분에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고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땀범벅이다. 짧았지만 강렬했다. 나름 목숨 걸고 뛰었으니깐. 큰길을 마주하고 멈춰 선 발걸음. 그 길 너머로 윤슬이 비춘다. 저 멀리 도야 호수가 반짝거린다. 깔딱 고개 넘어가듯 쉬었던 숨이 날숨과 들숨으로 고르게 쉬어지고 이내 발걸음도 천천히 내딛는다. 그리고 내 마음도 잔잔해진다.
팔딱 되는 심장소리는
불안한 미래를 향한 무한 긍정
혼자 떠난 여행길은 뛰기 전 적막감이 감도는 고요함이었다. 회사는 그만뒀고 회사 밖 세상은 처음이라 낯설었고 정기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때때로 엄습하던 시절이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듯, 불안하지만 여행은 가고 싶어 떠난 여행길 위에서 웃기게도 곰을 만날까 두려워 내달렸고 그 덕에 뜨겁게 달아오른 심장이, 그리고 그 두근거림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기를 불어넣어 줬다. 지금 꿈꾸는 걸, 내가 하고 싶은 걸 그냥 하면 되지! 안 되면 뭐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생 후반을 달려보자. 밑도 끝도 없는 의지가 샘솟는다.
어느 봄날 흩날리는 벚꽃 잎이 나를 충동질했고, 달리기 음악은 나를 뜀박질하게 했다. 낯선 곳에서의 두려움은 나를 내달리게 했고, 그때 역시 달리기 음악은 나와 함께였다. 달리기와 그리고 함께 듣는 음악은 길 위 인생길에 함께 하는 동반자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 하기로 맹세한 사이. 쿵-짝! 쿵-짝! 신나는 음악 들으며 뛰는 달리기는 소소한 내 인생 반려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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