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이거든 비싼 강습을 끊으세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회사생활 1년 차, 육아휴직 1년 차. 3번의 시도 끝에 자유형, 배형, 평형을 배운 이래로 정기적으로 수영을 다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육아와 회사 둘을 양립하며 바삐 살다 보니 핑계지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일상이었다. 회사시절 끝물, 공화장애와 우울증으로 일상의 숨이 깔딱깔딱 되던 시기, 회사와 가정 외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는 운동, 수영을 등록했다. 아이들이 수영을 배우고 있어 건조대에는 늘 수영복이 걸려 있고 아이들을 데리러 가면 간간이 창 너머로 수영장 풍경을 마주하곤 했다. 당시 코로나를 조금씩 빗기는 시기라 수영장은 한산했고 1층 창으로 드리는 햇살이 고와 수영장 물은 반짝였다. 저곳에서 무언가 배우다 보면 힘든 일상이 잊히겠지. 하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마음으로 등록한 수영. 그러나 ‘열심히’ 이기까진 뜸 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도 갈팡질팡 '재낄까?!' 마음
한순간의 강한 의지로 등록은 했지만 퇴근하고 가는 수영장은 버겁다. ‘퇴근하고 힘든데 오늘은 접을까?!’, ‘배가 고프네. 힘을 못 쓰겠어. 오늘은 안 되겠다.’, ‘삭신이 쑤신데 아플 것 같다. 재낄까?!’ 늘 이유를 달고 ‘가지 말까?!’ 꼬리를 달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퇴근은 매일 하는데 그럼 맨날 안 갈 것인가?!’, ‘공복으로 하면 다이어트되겠군!’, ‘아픈 것도 아니고 아플 것 같다는 좀 아니다.’ 스스로 부정과 긍정이 왔다 갔다 하며 정신 사납게 하는 동안 수영가방을 챙기고 “엄마, 수영 간다” 입 밖으로 말하면 게임 끝. 이내 내 몸은 수영장 물속에 있다. 물론 샤워장에서 ‘에잇! 춥다. 괜히 왔어’ 하지만 ‘왔으니 해야지. 별 수 있나.’ 내 일을 남의 일인 양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입수한다. 참으로 사람 마음이 습자지 마냥 가볍다. 일상이 버거워서 뭐든 해야 했기에 등록했고, 숨 막히는 회사생활에 숨구멍을 내려고 등록했는데 수영 가기 전 내 마음은 늘 갈팡질팡, 줄다리기였다. 운동을 통한 체력 증진과 마음 깊숙한 꿈 ‘접영 하는 할머니’는 고사하고 살려고 다시 시작한 수영 앞에 많은 이유들을 단다.
비싼 강습비와 아이들 앞에선 '재낄까?!'는 사라진다
'재낄까?!' 이유들. 수영장 가기 전 줄 세워지는 ‘가지 말까?!’ 하는 이유들은 비싼 수강료 앞에서 한순간에 정리된다. 그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다. 1:다수 아닌 1:6. 소그룹은 다수가 하는 일반 강습에 비해 4배 비싸다. 하루 재낄 때마다 사라지는 1일 수강비는 내 일당의 1/6이다. 그러니 '나는 가야 한다!'. 또 다른 내가 가야만 하는 이유. 아이들도 수영을 싫어한다. "힘들어요. 추워요." 하는 아이들을 등 떠밀어 보내고 있는데 내가, 엄마가, 어른인 내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 수영 간다"는 내 스케줄을 아이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수영에 열심인 엄마’라는 걸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니 입 밖으로 "엄마, 수영 간다"는 요술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가며 ‘재낄까?!’하는 마음을 뾰로롱 팡팡하고 지팡이 휘두르듯 마법 걸어 나를 수영장 물속에 몸을 담그게 한다.
'제길까?!' 시절은 유수와 같이 흘러 수영장에 안 가면 아쉽고 수영복이 그리운 열혈(?!) 수영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내가 그러했듯 다른 분들도 그 시절을 잘 보냈거나 그 한가운데 있거나 아니면 재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수영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수영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시원하게 물 가르는 맛을 어찌 잊겠는가! 다시금 수영가방을 챙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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