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다이소와 물풍선
별일 없이 지나가는 일상은 참으로 감사한 하루다. 가족 누구 하나 아픈 곳 없고 누군가 큰 일을 앞두고 온 식구가 긴장감이 감도는 시간을 보내지 않아 감사한 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가족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느린 호흡으로 천천히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이내 각자 할 일을 찾아 제각각 조용한 하루를 보내다 저녁에 둘러앉아 따뜻한 밥 한 끼 먹고 즐거웠던 일들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떠오르지도 않는 아이디어를 얻겠다고 애쓰지 않아도 되고 빠듯하게 발주를 넣어야 할 일도 없다. 데드라인이 없는 지극히 평온한 하루다. 잔잔한 하루는 작은 일상의 변화에도 큰 기쁨을 느낀다. 마치 다이어트를 위해 끊었던 케이크를 입에 대는 순간 세포 하나하나가 환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아이들의 일상을 드려다 보고 있노라면 재미난 모노드라마를 한편 보는 것 같다.
1,000원으로 찾는 보물섬
요즘 딸아이의 보물섬은 다이소다. 학원가는 길에 잠시 들러 진열된 물건들을 쭉 살펴보고는 이것저것 들었다 놓았다 연신 반복한다.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같은 용도인데 모양새가 다르면 나름 어떤 것이 나은지 재는 듯하다. 낙점된 물건은 단돈 1,000원. 그 한 개의 물건을 집어 들고 위풍당당 무인 계산대로 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바코드를 찍는다. 결과적으로 사 오는 물건은 하나이지만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어떤 날은 스티커를, 어떤 날은 낱장으로 돌아다니는 스티커를 담을 OPP를, 어떤 날은 여러 개의 OPP를 한 곳에 보관할 수 있는 수납박스를 매일매일 연이어 구매한다. 한 번에 모두 사버리면 다시 발걸음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조금씩 느낄 행복을 한 번에 다 써버리고 싶지 않아서 인지 하나씩 쪼개어 보물 찾기를 한다. 목적 구매하고 바로 나와버리는 나에게는 크게 감흥 없는 행위가 10살 딸아이에겐 숨은 행복 찾기 놀이다.
작은 풍선 속 즐거움
딸아이가 다이소에서 사 온 물풍선. 무려 60개의 풍선이 단돈 1천 원이다. 게다가 검지 손가락을 빙빙 돌려 힘겹게 묶지 않아도 된다. 수도꼭지에 풍선 입을 맞추고 물을 넣어주면 안에 있는 동그란 스티로폼이 입구를 막아 어른 주먹만 한 물풍선이 완성된다. 참 신박하다. 정말 다이소에는 모든 물건들이 ‘다 있소’다. 이 작은 물건이 한 여름날 오후에 씻으러 들어간 초등학교 아들을 늦은 저녁에 보게 하는 요상한 물건이다. 60개의 풍선 하나하나에 물을 넣고 욕실 벽에 탱탱볼처럼 튀겼다 잡아다 심심하면 바닥에 터뜨렸다. 무한 반복하게 한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혼자 오래도록 재미나게 논다. 녀석이 지나간 흔적은 물바다에 터진 풍선과 동그란 스티로폼으로 난장판이지만 스스로 놀꺼리를 찾아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녀석을 보면 나도 즐겁다. 고작 콩알만 한 고무조각인데 그 안에 즐거움을 불어넣는다.
일상에서 누리는 행복
1천 원으로 행복한 하루를 만끽하는 딸과 작은 고무풍선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들을 보고 있으면 행복을 누리는데 큰 돈과 특별한 시간이 필요하진 않는 것 같다. 이른 아침 노곤한 하루를 깨우는 커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볕 좋은 책상, 하던 일 멈추고 잠시 즐기는 천천히 걷는 산책, 책등을 감상하는 동네 도서관 서갓길, 남편과 함께 하는 여유로운 점심,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원한 저녁 수영. 이런 것들이 지금 이 순간 내 일상에 녹아있는 행복들이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 큰 돈을 들이진 않지만, 특별하게 보내지 않는 밋밋한 일상이 행복을 더욱 도드라지게 느끼게 한다. 지금 이대로, 작지만 오래도록 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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