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반의 왕언니와 언니들
“아우! 전문가 오신 줄 알았어!”
첫 요가시간에 당황스러워 뭐라 대답도 못하고 “네?!” 하고 웃어넘겼다.
나의 첫 등장이 그분의 시선에는 이렇게 보였던 것 같다. 못 보던 여자가 첫 수업에 들어와 번잡스럽게 개인 요가매트를 깐다.(개인 요가매트를 까는 건 나 혼자다)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벗으니 노란 끈나시 상의와 자주색 졸졸이 하의 요가복을 입고 머리에는 헤어밴드까지 한다. 수업 시작 전 나비자세로 몸을 풀더니 다리 하나를 뒤로 쭉 뻗어 앞으로 엎드린 자세로 한참을 있다 다시 다리 바꾸어 온몸을 늘리고 있다. 수업이 임박해 말을 걸진 못했지만 ‘고수인가?!’ 했다 이내 본 수업에서 뻣뻣한 내 몸짓을 보고 ‘초짜네’ 하신 모양이다. 그렇다. 나의 외형을 보고 한껏 경계심을 품다 이내 몸 쓸 내 몸뚱이를 보곤 풋웃음이 나왔으니라. 나도 때론 내 모양새를 보고 웃기니 말이다.
요가는 서툴지만 프로인양 장비가 많아요
서로 호흡을 나누는 소중한 옆 사람으로서 미천한 몸뚱이라 미안합니다. 안타깝게도 보기와 다르게 잘 못 합니다. 땀구멍이 트인 이후로 사부작 움직이기만 해도 땀이 어마무시하게 나온답니다. 뚝뚝 떨어지는 땀을 공용매트에 흘리기 미안스러워 매트를 구입했고 헤어밴드 역시 눈으로 들어가는 땀 때문에 착용합니다. 세안 타월을 가지고 와서 부끄럼 없이 겨드랑이 땀까지 닦아내야 그나마 바닥으로 떨어지는 땀을 줄일 수 있답니다. 요가 맛을 깊게 모르니 요가복 입는 맛으로라도 열심히 나오려고 알록달록 이를 샀습니다. 수영복처럼. 그러니 경계 푸시고 부디 앞으로 서로의 호흡을 나누며 “잘 지내봐요.” 하고 친근한 말을 건네고 싶지만 수업 임박해서 왔다 기를 모으는 것인지 기 빨리는 것인지 모를 고된 수련 이후 간단한 인사말조차 건네지 못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바빠 함께 하는 분들과 친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어려울 듯 싶습니다. 혼잣말로 고백해 보았습니다.
요가반의 왕언니와 언니들
이곳은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요가반이다. 오래도록 다니신 분들이 많아 서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 이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언니~ 이거 먹어봐요” 수업 전에 말린 고구마를 가져왔다고 서로 나누어 드신다. 나에게도 권하셨지만 3시간 전에 먹은 점심도 부담스러운 나에겐 “감사하지만 괜찮아요” 하고 사양할 간식이다. 앞옆으로 전신 거울이 있는 창가 맨 끝자리, 나름 상석인 듯하다. 그곳에 매트를 깔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옆에 언니가 그 옆에 있는 언니에게 말을 건넨다. “00 언니(이하 왕언니) 셔틀을 못 탔나 보네” 그렇다. 지정석도 아닌데 내가 매트를 까는 곳은 어떤 언니가 늘 차지하던 자리인가 보다. 처음 온 나는 빈자리, 내가 원하는 곳을 골라 매트를 깔았을 뿐인데 내가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은 모양이다. 요가 등록 시 지정석권을 발급받는 것도 아닌데 누군가의 자리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어 있으면 그 자리에 매트를 깔았다. 주변분들은 딱히 내게 다른 데 가라고 말은 못 하고 왕언니를 위해 매트자리를 조정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칸씩 밀리는 꼴이다. 때론 아직 오지 않은 왕언니를 위해 자리를 맡아 놓기까지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어쩌다 다른 곳에 매트를 까니 옆 분이 “이 언니(누군지도 모르겠다) 이번 달까지 안 나온데요. 여기 매트 까셔도 돼요.” ‘아놔~! 뭐야. 비어 있으니 까는 건데 이곳 역시 누군가의 자리인데 지금 당장 안 쓰니 네가 써. 뭐 이런 건가?!’ 옆 분은 방긋 웃으시며 호의로 이야기해 주신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 빈자리일 뿐 양보받아 사용하는 자리가 아닌데 왜들 이러나 싶다. 언니들, 제발 이러지 마요. 제발.
언니들, 우리 함께 나마스테 합시다.
매일 요가를 끝내며 나누는 인사. “깊고 소중한 호흡을 함께 나눈 옆 사람과 인사합니다.” 양손 고이 가슴 앞으로 모아 “나마스테” ‘나마스테는 첫째 나와 당신은 하나로 연결됩니다. 둘째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경하겠습니다. 셋째 당신의 존재에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란 뜻을 가진다고 한다. 함께 요가하는 언니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기에 의도치 않은 불편한 불씨를 남길까 싶어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말. “언니들, 요가매트는 지정석이 아닙니다. 빈자리는 놓아두세요.” 비어 있는 자리는 누구나가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니 부디 누군가의 자리라고 하지 말길 바랍니다.
빈자리는 놓아두세요, 나마스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