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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마무리도 징기스칸

[삿포로] 징기스칸 유우히 - 야경뷰 스테이크 징기스칸, 알감자

by 사이

아쉽다 아쉬워~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맛본 징기스칸이 ‘별로’인 맛이어서 인지 숙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아쉽다. 때는 바야흐로 오후 5시를 향해 가며 맛 좋은 징기스칸 집들이 일째이 문을 여는 시간! 아침부터 고기 먹고 탄탄면 먹고 프렌치토스트 먹고 커피 마셔 더 이상 안 먹어도 2~3일은 굶어도 끄떡없이 팔팔할 것 같은 상태. 그러나 넓은 스프레드로 펼쳐진 한마디로 핫한 징기스칸 집들을 등지고 숙소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오늘이 가면 한동안은 그리울 텐데 하는 아쉬움. 도장깨기 하려 아침부터 징기스칸을 먹었다 성에 안 차 아쉬움은 더 커졌고 그런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하자니 아쉬움은 배가 된다. ‘그래! 비싼 비행기 타고 왔으니 못 먹어도 고(go)다!’ 하는 심정으로 꽂아 놓은 깃발(구글 지도 가고 싶은 곳) 중 평점이 높은 곳으로 향한다. 창가 뷰가 좋다는데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쉬움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향한 곳, 스스키노 징기스칸 유우히. 어쩌다 보니 이곳도 오픈런 했다. 대부분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 같다. 오픈 시간 5시에 방문했는데 6시까지 식사가 가능한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예스!’ 온종일 먹은 덕에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 아니 배가 부른 상황이라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 하고 자리에 앉는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눈 내리는 날 오면 하늘 향해 입 벌리고 눈도 받아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뷰다. 10층인데다 창 옆으로 테이블이 있어 늦은 저녁 삿포로의 흰 눈과 함께 아주 멋진 비경을 선사할 것 같다. 전차가 다니는 사거리에서 1블럭 들어간 자리라 전차를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뷰, 심상치 않다. ‘징기스칸 집이 이렇게 로맨틱 해도 돼?! 좋은 걸!!’ 눈 내리는 한겨울에 온다면 내가 좋아할 만한 풍경이 맞이할 것 같다. 창가 쪽을 등지고 코너 돌아 나는 카운터 1인석으로 안내된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인지 친절하게도 한글 메뉴판이 있다. 주문 받는 청년도 ‘안녕하세요’ 하며 눈 웃음 지으니 좋다. 이리저리 굴린 메뉴판이라 지저분하긴 하지만 한글과 친근한 우리말 한마디는 마음도 편안하게 한다. ‘기분 좋은 시작이다!’ 무한리필이 유명한가 본데 많이 못 먹을 테니 단품, 가장 비싼 두툼한 소금 숙성 럼 스테이크와 모둠 야채를 시킨다. ‘와우~! 여기 훌륭한데!’ 추가금 내는 모둠 야채여도 대부분 양파, 양배추, 숙주 정도로 구성이 빈약한데 이곳은 주황빛깔 단호박, 노르스름 작은 알감자가 포함되어 있다. 알감자 요놈! 이게~ 이게~ 대단한 명물이다. 고기 굽는 동안 가장자리에 자리잡고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알감자는 식후 탄수화물(밥 또는 냉면) 내지는 텁텁한 고기 먹고 입가심하기 딱 좋은 디저트다. 모둠 야채는 반드시 꼭 추가해야 할 메뉴다.


어른 엄지손가락 한마디 만큼이나 두툼한 스테이크. 빨리 구울 심산으로 징기스칸 불 판 머리위에 떡 하니 얹혀 놓았더니 서글서글한 우리말 하는 청년이 다가와 자기가 구워 주겠다고 한다. 머리 위에 올린 고기를 가장자리로 살포시 내리고는 “맛있어” 한다. “이렇게 해야 맛있어” 앞의 수식어는 모르지만 내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살피고 도와주는 마음은 충분히 느껴진다. 고마운 청년! 매번 징기스칸을 먹을 때 투구모양의 맨 위에서 구웠는데 ‘여지껏 내가 잘못 구웠내..’ 대여섯번은 먹고 나서야 알게 됐다. 불 판 꼭대기가 아닌 가장자리다. ‘이거였군!’ 청년은 나를 돌보곤 일어와 영어, 한국어를 섞어 ‘겉은 익히고 안은 레어로 먹어야 맛있어’ 하고 떠났다. ‘음~ 정말 맛나네! 이 맛이로군! 어라 배는 부르지만 이렇게 맛있으면 이곳 No.1도 먹어야지’ 손을 번쩍 들고 ‘스미마셍’을 외친다. ‘코레 이치’ 짧은 일어로 추가 주문이다! 이런! 1시간이 모자를 수도 있겠는걸?! 메뉴판을 든 손이 바쁘다. 추가주문한 소금 숙성 로스도 잡냄새없이 깔끔하고 육즙이 맛있다. 이때 시원한 살얼음 동동 삿포로 클래식을 들이켜야 하는데 콜라라 아쉽다. 어제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주량을 넘어선 석 잔을 마셨더니 오늘은 도저히 맥주는 사양이다. 어째 오늘은 MUST EAT 징기스칸을 2번의 시도 끝에 성공적으로 도장깨기 했는데 왜 아쉼움에 아쉬움 인거지?! 내일 떠나는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점점 올라가는 엔화로 당분간은 못 오지 싶어 그런가?! 아쉽네.


삿포로에서 징기스칸을 간다면 평점 좋은 곳을 찾아가세요. 양고기가 익숙하지 않다면 냄새가 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저녁 장사를 하니 스스키노에서 산책겸 쇼핑겸 즐거운 오후를 보내시고 맛집들이 문 여는 저녁에 즐기시길 바랍니다. 덤으로 반짝반짝 야경도 보고 싶다면 ‘유우히’에 창가 예약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다음에 간다면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유우히’ 징기스칸 먹부림으로 이번 삿포로 여행은 훌륭하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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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글 메뉴판 (左) / 겉은 웰던, 속은 레어로 램 스테이크 (中) / NO.1 인기메뉴도 주문! 역시 일품 (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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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를 가운데(左)에 떡 하니 올려 놓으니 싱글벙글 청년이 와서 본인이 잘 굽는다고 가장자리(右)로 옮겨주며 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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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야채 일등공신은 단연코 알감자!(左) / 콜라 인심도 좋고 맛도 좋아 인기 맛점 (中, 右)


달빛 아래, 흰 눈 아래 징기스칸 '유우히' 맛도 일품! 다시 간다면 이곳으로~!

https://maps.app.goo.gl/xXbG5euFF9mhApD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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