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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11. 2024

구마모토 ∙ 아소산 ∙ 구로가와 투어 2

하카타역에서 출발하는 일일투어

혼자지만 외롭지 않아요


이번 패키지는 비용에 중식도 포함되어 있다. 얼마나 좋게요~! 차도 태워주고 밥도 주고 알아서 케어해 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물론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속 편한 여행이다. 가이드는 프로다. 혼자 온 여행객들을 살들이 챙긴다. 나 말고도 혼자 온 여행객이 2명 더 있었는데 밥때가 되니 혼자 온 언니들끼리 같이 먹을 수 있게 배려해 준다. 한 언니는 같은 테이블이 아닌 1인 테이블을 선택했다. 혼자 온 사람들끼리 굳이 뭉칠 필요도 없다. 혼자 온 여행객은 대개 여자다. 연구해 보고 싶다. 왜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을까?! 그리고 그녀들은 혼자 왔다고 외로워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닌 여행객들은 혼자 온 여행객이 외로울까 챙기려 든다. 근데 내 경우를 말하자면 하나도 안 외롭고 혼자 충만한 여행을 즐긴답니다. 그리고 되려 챙겨주는 것이 지나친 관심이라 생각한다. 혼자 여행을 왜 왔겠는가. 혼자 고요히 있고 싶어 떠난 여행이다. "여기 끼워 줄게. 같이 밥 먹자. 사진 찍어줄게" 제발 안 해 주셔도 됩니다. 그냥 각자 자기 여행을 즐기자고요. 내 앞에서 점심을 혼자 먹는 언니도 똑같은 마음이리라. 우린 서로 말없이 미소 짓고 각자 맛있게 먹는다. 다만 내가 담아 온 음식이 그녀의 3배인 것에 내가 다소 민망했다. ‘좀 많지?!’ 씩 한번 웃어주고 가지고 온 음식들을 하나씩 맛있게 먹는다. 같이 먹지만 혼자다. 굳이 앞사람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 줄 필요 없다. 짧은 점심시간에 쇼핑거리가 있으면 짬을 내 사야 하고 주변에 즐길 거리가 없는지 살핀다. 쿠마몬과 기념사진도 찍고 장시간 버스이동을 위해 화장실도 가준다. 다음 장소로 이동할 시간에 맞추어 버스로 돌아와 보니 점심 앞자리 언니는 쇼핑백이 한 보따리다. 꽤 바빴던 모양이다. 


구마모토의 귀여운 쿠마몬



여전히 흰 연기를 내뿜는 대자연 아소산


다음 목적지는 아소산. 저 멀리부터 민둥산이 보인다. 그렇다고 완전히 헐벗은 산은 아니다. 군데군데 나무도 있고 풀들이 자라고 있어 소를 방목하고 있다. 때론 달리는 소를 볼 수도 있다. 굽이굽이 좁은 길을 큰 차가 잘도 간다.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중간 터미널에서 멈춰 서고 이후 분화구까지 올라가는 버스를 다시 한번 갈아탄다. 패키지의 장점! 가이드가 알아서 왕복버스 티켓을 사전구매 해놓아 버스탑승 역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버스로 이어지는 유랑. 차장 밖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옛 분화구였던 널찍하게 패인 들녘에 물이 고여있고 말들이 그곳에서 풀을 뜯고 물을 마시고 있다. 성산일출봉 같다고나 할까. 그 길을 지나 종착지점 정상까지 가본다. 이곳은 연기만 피어오른다. 생물체는 없는 듯하다. 산이 토해 내는 화산가스는 노약자와 호흡기 질환자들에게 좋지 않다고 한다. 나 역시 눈이 상당히 건조하고 따가웠다. 분화구 길목 중간중간에 돔 형태의 대피소가 있는데 이곳이 활화산임을 실감케 한다. 형형색색의 관광객과 아스팔트 길만 없다면 마치 영화 ‘듄’에 나올법한 장면 같다. 지구 아닌 지구 행성 같은 느낌. 유황 냄새 역시 기이한 요소 중 하나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기묘한 곳에서의 기묘한 체험을 뒤로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 차창밖으로 보이는 아소산
분화구 주변으로 돔 형태의 대피소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매 쾌한 냄새로 눈이 매웠던 아소산 분화구, 저 멀리 관광 헬리콥터가 지나가고 있다


산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있는 아기자기 구로가와


마지막은 가장 기대했던 구로가와 온센. 가이드 언니의 설명이 길다. 쫄래쫄래 따라간다. 매번 뒷 열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맨 앞이다. “언니, 나 온천 가고 싶어”, 가이드 언니 曰 “여기 온천 괜찮아”.  ‘어라. 여긴 블로거가 실망했다던 그곳?!’ 마을 초입이라 좀 더 따라가 보기로 한다. 아기자기한 길목들을 지나가 본다. 산길 위에 놓인 온천장들이라 네모 반듯한 곳이 없다. 산 허리에 살포기 얹어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산골마을. 처마에 알이 꽤 굵은 옥수수가 매달려있다. 이것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 어린 시절 성묘 갔을 때 할머니집 처마 끝에 대롱이던 감이 생각난다. 툇마루에 앉아 감상을 했더랬지. 이곳에서 옥수수를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이곳 풍경은 멈춰버린 시간 같다. 이 세계로 들어온 느낌, 시간여행자가 된 듯하다. 산기슭이라 어스름한데 가게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따뜻하다.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는 이곳이 참 마음에 든다.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니 가이드 언니 曰  “어! 너 온천 안 갔어? 아까부터 자유시간이야. 온천하고 싶으면 온천 해” 마을 입구에서 추천한 여관부터 쭉 온천을 해도 되는 시간이었다. 

늦은 오후 어스름한 산골짜기 온천 마을 구로가와, 깜깜한 밤이 되면 냇가에 동동 떠 있는 공에 조명이 켜진다
알알이 영근 옥수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20분이면 충분했던 온천


앞뒤 안 맞는 말이지만 온천욕을 여유롭게 즐기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까 추천해 준 곳은 별로니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하는데, 어라 등뒤에 있는 여관이 평점이 높다. ‘스미마셍, 투데이 온센?” 척하면 척 다 알아듣는다. 당일 온천이 가능하다. 다만 실외만 이용하란다. 친절하게도 탕까지 안내해 주었지만 실망스럽게도 야외이긴 한데 하늘만 뚫려있다. 고개를 쳐들지 않으면 이곳이 야외인지 모르겠다. 눈앞은 나무판자로 가려져 답답하다. 온천물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느끼기에도 이 여관의 온천물은 최고다. 맨들맨들. 단돈 600엔. 그래 어차피 온천물은 20분 이상 앉아있으면 힘드니 땀 한번 쭉 빼고 다른 곳으로 가자. 탕 안에도 나 혼자 있어 전세탕이다. 부드러운 물길을 내며 혼자 유유자적 딱 20분 놀다 약속이나 한 듯 누군가 들어와 바통 터치하고 나왔다. 타월로 온천물을 닦아 내니 아쉽다. 한 곳을 충분히 즐기기에 빠듯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시간이다. 양말도 신지 않은 상태로 다음 여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단돈 500엔. 와우~! 두 곳을 합쳐도 우리 동네 목욕탕 입장료보다 싸다. 이곳은 나무로 된 구름다리를 건너 성인 한 명이 지나갈 발 한 폭짜리 계단을 조심이 걸어 올라가야 야외 온천탕이 있다. 가는 길이 험난하니 산속 풀숲에 있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야호! 오길 잘했어!' 큼직한 돌로 모양낸 노천탕과 그곳을 둘러싼 초록 나무들. 이곳은 철벽을 치지 않았다. 느슨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시선을 가리기에 충분했고 둘러쳐진 나무들에게서 나오는 신선한 공기가 상쾌하다. 뜨끈한 온천물과 초록 기운들을 한껏 즐기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 맞다! 다리가 불편하면 이 산골짜기에 제 발로 걸어왔겠나! 성큼성큼 폭 좁은 계단을 오를 수 있겠나! 가고 싶은 여행을 미루지 않고 온 나를 칭찬하며 한껏 즐겼다. 언제 또 오리. 지금 여기 있을 때 충만하자. 이렇게 1시간 동안 온천 2곳을 즐기고 나와 그 지역 특산품 요구르트와 우유를 사 들고 버스에 탑승하니 딱 시간이 맞다. 다만 오던 길로 안 가고 왠지 한 바퀴 돌면 버스가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만 믿고 돌다 ‘어라, 안 나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잠시 잠깐 든 것 빼고는 오늘도 최고로 행복한 하루였다. 

산중턱에 위치해 야외 온천탕이 훌륭했던 후모토 온천장, 나 혼자라 찰칵!



흐르는 마음, 움직이는 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을 때 그냥 다 하게 되는구나. 결국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양자택일하지 않고 둘 다 한다. 하고 싶은 것(곳)으로 마음은 흐르고 내 몸은 그리로 향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여행지에서도 그렇고 내 삶도 그렇다. 내가 꿈꾸는 내 일상 그리고 미래의 나. 늘 꿈꾸고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 하게 되어 있다. 무엇이 되고 싶고 하고 싶으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굳센 엉덩이의 힘으로 나를 밀어 본다.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참 짧은 목욕을 하고도 사설이 길다. 오늘도 나에 대해 또 하나 알아간다.

다음에는 저 온센 마패에 도장 찍으러 와야겠다!



묵언여행을 추천드립니다.


당일치기 패키지여행은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록 언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하이"(일본어)와 "예스"(영어),  "어?"(한국말 - 다급하면 급격히 올리고 못 알아들으면 살짝 올린다) 그리고 미소로 만사 오케이였던 여행이다.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곳을 갈 때 선택하는 당일투어. 덧붙여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래서 말할 필요도 없고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 묵언여행이 필요하신 분들은 타 언어 당일투어를 추천한다. ‘언어’에서 해방되어 마음 편안 여행을 얻을 지니 부디 원하시면 시도하시길. 


당일온천장 - 후모토

https://maps.app.goo.gl/1qj6A3QmdTP5cYjW7 


이래서 좋았어요!

3곳 한 번에 즐기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도심 이외  3곳을 관광버스 타고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대중교통 시간표 신경 안 써서 좋고 버스 타고 내리고 걷고!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었던 하루였습니다.


타 언어 조인투어 중국어라 못 알아들어 편했고 나나 그들이나 신경 쓰지 않아 좋았습니다. 



이렇게 즐겨보세요!

일일투어 전날 숙소는 하카타역 근처! 후쿠오카를 벗어난 근교 일일투어는 대부분 하카타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 전날 하카타역 근처에서 자면 편안하게 이동하기 좋아요.


구로가와 온천욕 수건과 동전 준비 필수! 대부분 수건은 유료 대여입니다. 얇은 수건을 준비해 가면 좋고 그곳에서 기념품으로 사도 좋습니다. 당일 온천비가 소액인 데다 카드 계산이 안 되는 곳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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