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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07. 2024

글 쓰는 마음 : 결심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

사무직으로 일했던 직장을 졸업하고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내 꿈을 파헤쳐 본다. 일평생 책 읽기와 책 쓰기를 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도 책방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은 원하는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니깐. 글을 쓰고 싶다. 내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 욕망은 끓어오르나 눈앞에 떨어진 콩고물 같은 행복들이 즐비하니 각 잡고 글을 제대로 쓰질 못 한다. 


회사 졸업 후 갈증 해소


드라마 정주행, 늦잠, 낮잠은 물론이고 굳이 안 가도 될 아이들 학교 행사까지 찾아갔다. 회사 다니느라 못 했던 것들을 밀린 빨래처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니 마음이 시원하다. 내 마음의 빚을 하나씩 청산해 나갔다. 특히나 여행에 극도로 목말라 있었는데 엔간히 여행을 다녀선 해갈이 잘 안 된다. 쩍쩍 갈아진 땅에 물을 흥건히 적셔주듯 퇴사 후 1년 동안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여행을 다닌 것 같다. 짧은 휴가로 가지 못했던 가족 해외여행도 원 없이 가고 사이사이 혼자 여행도 다녔다.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이니 책 쓰기는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엄마 꿈은 작가야


스카이스캐너로 저가 항공기를 검색하던 어느 날, “엄마, 우리가 학교 가면 엄마는 뭐 해?” 흠.. “엄마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야, 그래서 책 쓰기 연습을 해.” 구라를 쳐도 적당히 쳐야 하는데 글을 쓰지도 않고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니. 거짓말처럼 다가오는 내 일상. 이제 나의 생산 능력을 끌어내야 할 때가 왔구나. 그것이 효용가치가 있든 없든 우선 앉아서 꾸준히라도 써보자. 나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형편없는 글이라도 매번 쓰다 보면 봐줄 만한 글이 되겠지. 꿈이 작가인데 글을 안 쓰면 작가가 될 수 있겠는가. 글을 써야 작가가 되지! 당연한 말이지만 참 웃기게도 글을 쓰지도 않고 작가가 되겠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는 참 많이도 하고 다녔다.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


그리하여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단군신화의 곰처럼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면 곰이 사람이 되듯 나 역시 100일 동안 목표한 분량의 글쓰기를 해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나만의 프로젝트. 마침 시작일부터 계산해 보니 1월 31일까지 쓰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되 MS워드 흰 바탕에 맑은 고딕체 16 포인트로 3페이지를 채우면 1일 분량으로 정했다. 주제에 따라 3페이지를 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페이지 수에 따라 날짜를 카운팅 한다. 6페이지를 쓰면 2일로 쳐준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쓴다


처음 글쓰기는 지난 일들을 되짚어가며 적어 내려가니 술술술 잘도 써진다. 회사를 다녔을 때의 일, 왜 그만두게 되었는지, 그만두고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에 대한 일상을 적어 내려갔고 코로나 직후 목말랐던 여행이야기를 적으면서 봇물이 터졌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무거운 엉덩이를 의자에 드리고 주야장천 써내려 가니 결국 귀결되는 건 여행이었다. 가족여행도 많이 갔지만 혼자 떠난 여행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특히나 비행거리가 짧아 아이들을 두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던 일본여행기를 하나씩 써내려 가다 보니 어느덧 큰 물줄기가 보인다. 후쿠오카와 삿포로. 그리고 혼자여행. “내 책이 나온다면 그건 여행서가 될 거야” 참 밑도 끝도 없이 또 이야기하고 다닌다. 그래 소문을 내야 어떻게든 내가 하겠지.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쓴다.


100이라는 데드라인을 정해 놓고 글을 시작하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써지긴 써진다. 물론 구멍이 숭숭 나 있다. 73일이 되어가는 현시점에서 12일을 채우지 못했다. 100일을 동굴 속에서 진득이 있지 못하고 또 잠시 잠깐 콧바람을 쐬고 오는 바람에 1주일을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아프고 나도 아프고 온 가족이 독감이라 또 글쓰기가 미루어졌다. 앓아눕는 바람에 며칠을 빼먹으니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것이 쉽지 않다. 습관이라는 게 무섭다. 여러 날을 앉아서 쓸 때는 하루 일과 중 큰 기쁨이었는데 며칠 빼먹으니 의자에 앉는 것조차 힘겹다. 힘겨운 마음을 여행 이야기로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힘들면 힘든 대로 잘 써지지 않는 글쓰기에 대해 써보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오늘도 하루 분량의 원고를 채웠다. 원래 쓰고자 했던 주제는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투정을 부리려 했는데 쓰다 보니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 도입부를 쓰게 되었다.


오늘도 느낀다. 아직 나는 주제 글쓰기가 부족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게 된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쏟아내듯 글을 쓴다. 오늘도 열심히 땅을 팠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땅을 파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오늘도 내 글쓰기 연습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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