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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n 14. 2024

기쁨과 슬픔

글을 쓴다 쓰지 않는다.

글을 쓰는 마음은 한걸음 한걸음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기쁨이다. 회사 일에 비하면 생동감과 박진감, 긴박감은 없지만 온전히 내 몫만큼 정직하게 크고 있다는 기쁨이다. 100만 시간까지는 기약 없이 한참 남아있지만 오늘 지금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내 글쓰기 성장 나이테를 조금씩 조금씩 넓혀 나가고 깊고 높게 키워 나아가고 있다 생각한다. 매일 아침 나의 작은 책상 앞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늦은 오후까지 글을 쓰며 내 꿈이 잘 클 수 있도록 물을 주어야 한다.


회사 명함을 벗어나 꿈을 꾼다


회사에 몸 담고 있을 때는 내 것 같았지만 회사를 떠나고 보니 내 것인 것이 없다. 노동 계약에 의해 이행되는 산물일 뿐. 회사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남는 건 그곳에서 보내온 시간의 흔적과 다섯 손가락에도 꼽히지 않는 사람들, 몇 장 남은 명함, 행사 사은품 서너 개뿐이다. 남아있는 명함을 들여다보니 가로세로 9*5cm. 이 작은 종이에 내 존귀함을 표현하기란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이 작은 종이에 의지해 산지 16년. 회사명과 소속, 이름과 직책. 그 안에 놓인 것들로 불려지고 누렸던 혜택은 신용담보와 그에 따른 대출이랄까. 지금 이 순간 그 작은 종이에서 벗어나 내 꿈을 마음껏 꿀 수 있어서 좋다. 


스스로 꿈을 키운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참 멋진 일이다. 그런데 자유로운 만큼 이 길이 내 길인가 하는 불확실성, 하루하루 하긴 하는데 내가 성장하고 있나 하는 불안감,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며 시간을 쌓아갈 때 느껴지는 성장통, 회사처럼 내 책상에서의 내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가족 공용 공간이란 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로 때론 답답함을 느낀다. 회사는 자유를 담보하지만 방향도 정해주고 배정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결과와 책임을 결재라인에 따라 배분하면 되지만 혼자 내 꿈을 키워나가는 건 외롭고 불안하며 불확실한 시간의 흐름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으로 모든 것이 상쇄되지만 때론 한숨이 쉬어지는 날들이 연이어질 때도 있다. 


글을 쓰지 못한 날의 슬픔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책상에 앉아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방학 중인 아이들 끼니와 어쩌다 가게 된 아이들 병원, 하다 보니 그만둘 수 없었던 집안일들로 한 페이지도 못 쓰고 말았다. 쓰기 위해서 읽고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어제는 글쓰기가 뒤로 미뤄진 날이었다. 그만큼 내 꿈도 뒷걸음질 친 날이었다. 내가 시간을 보낸 만큼 정직하게 크고 있다는 기쁨만큼 내가 시간을 내 꿈을 위해 쓰지 못하면 성장은 정직하게 멈춘다. 회사에서는 어부지리로 돌아가는 쳇바퀴 사이에 끼어 같이 돌아갈 수도 있지만 집에서, 내 책상 앞에서 꾸는 내 꿈은 시간을 내 꿈을 위해 보내지 않으면 절대 클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선 글을 쓰지 않으면 무력감과 슬픔을 느낀다. 내 꿈은 누가 대신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닌데 내 집에서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쓰지 못했다. 내 꿈은 내가 꾸고 내가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데 말이다. 부모도 남편도 아이들도 내 꿈을 대신할 수 없다. 


다시 엉덩이 붙이고 글쓰기


어제는 글을 쓰지 못해 슬펐다. 어제 내린 눈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어정쩡한 젖은 눈 마냥 내 기분도 추적추적 하다. 축축하게 젖은 내 슬픈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다시 엉덩이 붙이고 글을 쓰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래야 내 기분이 나아진다는 걸, 뽀송뽀송 하게 마른다는 걸 나는 안다. 어제는 못했지만 오늘 다시 책상에 앉아 그 마음을 글로 써본다. 오늘의 글쓰기로 어제의 슬픔을 지워본다. 100일 중 하루 이가 빠지긴 했지만 오늘의 성실함이 어제의 슬픔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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