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 여행 ep3. 하코다테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 온천
하코다테 여행 ep2. 편한 밤잠 아로마 향과 아침부터 와인 에 이은 글입니다.
루프탑 바 대신 루프탑 온천!
든든한 아침 식사로 점심은 안 먹어도 된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에 들어와 오늘 있었던 하루를 정리하고 온천욕 갈 준비를 한다. 제공되는 관내복을 입고 필로우바에 들러 내게 맞는 아로마 향과 베개를 고르고 이제 루프탑 온천욕을 즐기러 갈 차례다.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온천탕. 아래층은 실내외 온천탕과 습식, 건식 사우나가 있다. 온천탕 체감 온도가 비교적 높아 어린아이들이 있기에 뜨거울 수 있다. 나 역시 실내탕은 뜨거워 오래 있지 못하고 실외 찬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에 몸을 담근다. 2명이 앉으면 적당한 작은 공간. 누군가 들어오면 앉아있던 사람은 자리를 떠 뒷사람이 편안하게 온천욕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하는 듯하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한 사람이 나가고 한 무리의 일행이 들어오면 탕에 있던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주는 식이다.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암묵적인 룰 같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어 신기했다. 좋은 것을 함께 즐기기 위해 개인이 조금씩 양보하는 것 같다. 간혹 타인이 들어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처럼 외국인임이 틀림없다. 어디까지나 그 룰은 일본 사람들끼리의 룰인 듯싶다.
이곳 온천물은 여느 온천과 다를 바 없지만 뷰만큼은 특별하다. 아래층 탕 안에선 정면으로 저 멀리 '하코다테 공회당'이 보이는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깜깜한 밤에도 위용을 자랑한다.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정박되어 있는 커다란 크루즈를 볼 수 있다. ㄱ자 투명 창이라 정면을 한참 봤다, 몸을 틀어 조명 켜진 크루즈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로프웨이 타고 올라가 보는 하코다테의 시내 전경만큼이나 멋진 광경을 따끈한 온천 탕에 앉아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한참을 바라보다 위층으로 올라간다. 문을 여는 순간 찬바람에 한번 놀라고 제법 규모가 큰 노천탕에 놀란다. 몸을 절반 가량 담그고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베스의자(bathchair)가 한쪽에 있는데 편안히 누워 밤하늘을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별을 보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따뜻한 물의 온도는 마음도 몽글몽글하게 해 준다. 하루 내 찬바람에 언 내 몸을 말랑말랑하게 녹여주기도 하고 한국에서부터 가져왔던 울퉁불퉁했던 내 마음도 매끈하게 해 준다.
내 옆에 누워 계신 할머니도 그런가 보다. 편안하게 온천을 즐기신다.
할머니께서 "물이 따뜻하니 좋죠!"
“네! 저 한국사람이에요 일본어를 못 해요"
"너 일본어 하고 있잖아"
"조금밖에 못해요. 할머니 영어할 줄 알아요?"
"아니 못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짧은 일어와 할머니의 짧은 영어로 우리의 대화는 계속된다.
"혼자 왔어?"
"네, 히또리예요"
할머니가 "나도 히또리야, 내 나이는 88이야"
"와! 저는 44, 딱 2배네요, 건강이 오케이(?) 시네요!"
"응 매일 수영하고 달리기 해"
"스고이예요! 저도 수영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서로 소통하고 싶으면 언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단어 몇 개와 바디 랭귀지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 설령 벌거벗은 맨몸 일지라도 말이다. 할머니 역시 혼자 온 여행에서 좋은 기운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거 같고 나 역시 행복한 마음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던 찰나였다. 그곳 ‘센추리 마리라 하코다테’ 루프탑 온천에서 말이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하고 "사요나라"했지만 여행하며 느끼는 즐거운 마음은 여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만났던, 잠시 잠깐 스쳤던 일본 할머니는 곱절로 시간이 흐른 '나'다.
미래의 내 모습이고 내 마음이다. 미래의 나에게 고한다.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고 늘 시간과 돈에서 자유롭길!
루프탑 대욕장이 있는 센추리 마리나 하코다테
https://maps.app.goo.gl/gVXzz9timFXBhDG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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