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 여행 ep4. 늦은 오후에 올라가 노을과 야경 담기
하코다테 여행 ep3. 하코다테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 온천 에 이은 글입니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봤던 하코다테의 야경. 일본의 3대 야경이라는데 삿포로에 왔으면 먼 거리지만 그곳을 꼭 가야 할 것 같다. 하늘길로 오면 좀 더 빠르겠지만 코로나로 직행도 몇 편 없는 데다 가격도 비싸 4시간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기차표도 만만치 않다. 왕복으로 치면 저가 비행기로 일본을 왕복할 만큼의 경비였다. 그 경비를 지불한 만큼, 그 이상으로 하코다테의 야경은 아름다울 거란 기대감을 안고 열차에 올랐고 삿포로에서 하코다테까지의 기차여정에 오누마코엔을 만난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다했다 생각한다. ‘하코다테 야경’과 ‘오누마코엔’만으로도 망설이지 않고 여러 차례 기차표를 끊었다.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 즐길 수 있는 하코다테 야경. 역시나 관광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하코다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야경을 보려고 같은 시간에 다 함께 손잡고 온 모양이다. 야경을 보러 온 건지 사람을 보러 온 건지 모르겠다. 산 위라 추운 대다 사람에 떠밀려 야경을 보는 건 피어오르던 감성마저 차갑게 식힌다. 우선 몸부터 녹여야겠다. 식당가로 향한다. 간단히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는 이미 만석이고 운 좋게 레스토랑은 창가 자리가 남아있다. 이른 저녁을 먹었지만 창가자리라 주저 없이 그곳에서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가장 양이 적어 보이는 텐동을 시켰는데 전문점에서 하는 것만큼이나 맛있다. 짭조름한 소스에 가지런히 놓인 튀김들을 하나씩 먹으니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더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하코다데의 야경은 하늘이 허락해야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지상에서 날씨가 좋다가도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면 자욱하게 안개가 끼거나 비를 뿌려 그 영롱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처음 올라간 날 운 좋게도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그곳을 즐길 수 있었다. 호리병 같은 하코다테의 야경. 잘록한 모양의 도심을 수놓은 불빛들이 반짝이는데 반해 고개를 좌우로 조금만 움직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다.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올려다보는 것 같다. 가느다란 젓가락으로 밥알들을 입안에 넣고 한 톨 한 톨 새듯 도심에 깔리 별무리들을 세어본다.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단맛이 일품인 밥알처럼 도심의 반짝임도 오래도록 곱씹게 된다. 사진으론 담으래야 담을 수 없는 반짝임의 경계. 직선을 하나, 둘 그어 그리는 별의 모습으로 시원하게 표현할 수 없는 야경. 오묘한 밝음의 경계가 지금의 '나'이기도 한 것 같다. 자발적 퇴사이나 사회적 소속감이 없는 나는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 때론 외롭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소속감이 없다는 게 때론 더 크게 다가온다. 별처럼 밝은 것도 아니고 칠흑같이 어두운 것도 아니고 흑도, 백도 아닌 회색분자 같달까. 여행으로 희미해진 일상의 생활 감정이 무뎌지니 더 밑바닥에 가라앉아있던 낯선 감정이 올라온다. 어디까지나 잠깐이고 이내 ‘그래도 퇴사하길 잘했어!’ 늘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낯선 감정을 알아챈 것도 지금이어서 가능한 것 같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난다.
하코다테의 야경은 산 위에서 끝인 줄 알았다. 숙소로 돌아와 온천욕을 하기 위해 탕 안에 앉아있는데 저 멀리 '옛 하코다테 공회당'이 보인다. 오렌지빛 하이라이트 조명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모습이 그 옛날 영광을 다시금 누리고 있는 것 같다. 하코다테는 개항 도시로 과거 많은 영사관들과 주요 건물들이 전망이 좋은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단연코 이 공회당이 가장 돋보인다. 검은 능선 위로 하코다테 전망대가 보이고 그곳으로 연신 로프웨이가 지나간다. 그리고 그 밑으로 도심의 가로등이 커져있다. 사이사이 빨간 불빛의 자동차들이 줄 지어 지나간다. 간간이 초록불이 들어오고 이네 빨간 불로 깜빡깜빡 바뀐다. 반대편 호텔 객실에 퍼즐 맞추듯 듬성듬성 켜지는 불빛. 그 불빛이 옆에 놓인 검은 바다에 반사되어 비친다. 실내 온천탕에서 습기 찬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니 경계가 모호한 수채화 같고 찬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노천탕에선 선명한 유화 풍경이다. 노천탕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음악이 흐른다. 알 수 없는 곡. 샹송인 줄 알았는데 "It could be nice, so.... ni..... ce" 바닥으로 한없이 깔리는 템포가 느린 팝송이다. 중간중간 울리는 첼로의 깊숙하고 둔탁한 음까지. 따뜻한 온천탕은 몸을 녹이고 감미로운 음악은 마음을 녹인다. 야경은 늘 높은 곳에서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낮은 곳에서 다른 면모를 본다.
여러 번 다녀와 보니 느낀 점
* 날씨가 맑으면 무조건 하코다테 전망대 먼저 가기!
* 늦은 오후 올라가 탁 트인 바다 전망 즐기고 밤에는 호리병 야경도 즐기고!
* 날 춥고 사람이 많다면 레스토랑도 좋은 선택! 따뜻하고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일행이 있다면 택시 타고 올라가 케이블카 타고 내려와도 좋아요.
케이블카를 타고 왕복으로 다녀와도 좋고
상행은 택시로, 하행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도 좋다.
https://maps.app.goo.gl/rtmrf4b4xUJEqX357
해지기 전에 올라가 노을과 야경을 함께 보기 좋은 하코다테 산 전망대
https://maps.app.goo.gl/dTCBHcMc9RDi7QCE9
밖에서 서서 보지 말고 안에서 편하게 보면 더 아름다운 야경 '레스토랑 제네바'
https://maps.app.goo.gl/D9D7Gfo6boPqcWG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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