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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만자카]로 잇는 산책길

하코다테 여행 ep6. 아카렌가 + 하치만자카 + 공회당 산책길

by 사이

하코다테 여행 ep5. 겨울, 봄 그리고 가을의 오누마 국정공원 에 이은 글입니다.


월 초 겨울 끝자락에 갔던 홋카이도 여행은 다음 여행에 대한 설렘을 선사했다. 눈 쌓인 오누마국정공원과 고요한 도야호를 보며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봄에 오면 어떨까?! 초록 잎이 무성하고 꽃들이 피어 있으면 참 예쁠 것 같았다. 자연을 비집고 사이사이 불어올 산들바람 역시 기대감을 부풀린다. 첫 홋카이도 여행에서 만난 시린 모습의 하코다테는 봄에 어떤 향기를 품을지, 야경은 여전히 아름다울지 설렌다. 세계지도에 발도장 찍듯 ‘여기도 가봤고 저기도 가봤어’ 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좋아하고 좋으면 그곳의 사계절 다 보고 싶은 마니아적 성향에 발길은 또다시 홋카이도, 삿포로역을 거처 하코다테로 향한다.


나의 사랑, ‘센추리 마리나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볍게 거리를 나선다. 흰 눈이 곳곳에 쌓여 있고 어둠이 일찍 깔린 추웠던 겨울의 아카렌가는 초록이 반긴다. 눈을 피하지도 찬 바람을 맞으며 걷지 않아도 되는 봄날. 아카렌가는 산책하기 좋다.


근대 국제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빨간 벽돌의 아카렌가 창고, 지금은 쇼핑몰로 탈바꿈했다.



일본의 첫 개항 도시였던 하코다테. 활발했던 교역의 유산, 빨간 벽돌의 창고들. 번영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이젠 쇼핑몰로 탈바꿈해 세계각국의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아카렌가를 중심으로 지역 수산시장과 기념품을 파는 마켓. 스시, 징기스칸, 시오라멘 등 일본, 홋카이도 그리고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음식들이 한데 모인 식당가도 자리해 있다. 아카렌가 창고를 마주하고 바다를 등에 진 한쪽 길가에는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 일본 로컬 브랜드 '코메다'가 씨뷰를 자랑하며 한자리 차지해 있고 하코다테의 명물 럭키삐에로도 있어 단연코 뷰 좋은 핫플이다. 빨간 벽돌에 흰 눈 쌓인 아카렌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러 많이들 방문하는데 나는 이곳을 설렁설렁 지나 하치만자카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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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아카렌가 쪽으로 걷다보면 보이는 뷰 좋은 코메다 커피(左)와 이 지역 특산품(?) 럭키삐에로(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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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에는 취미가 없어 바다멍, 길멍 하며 하치만자카를 걷는다.



천천히 걸으며 봄의 하코다테를 마주하고 싶다. 이왕이면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말이다. 영화나 광고에서 낭만의 언덕으로 묘사되는 이 언덕길에서 나도 나만의 낭만을 찾아본다. 멋진 뷰를 바라보며 먹고 싶지만 사전조사까지 하는 치밀함은 없어 가는 길가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섰다. 은은한 커피 향이 마음을 사로잡는데 테이블마다 놓인 ‘No Photo’ 안내문에 멈칫한다. 사진으로 소소한 추억을 갖고 싶은 여행자로서는 살짝 마음이 움츠려 든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찾아 나설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은 데다 옆 테이블 아주머니가 창가에 앉아 조용히 커피 마시는 모습이 내심 부러워 그냥 눌러앉았다. 커피 한잔과 따뜻한 토스트. 찻잔이 예뻐 한껏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펴진다. 조용히 이 거리에서 쉼을 즐기러 왔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KakaoTalk_20241015_104439237.jpg 커피 잔이 예뻐 구겨졌던 마음이 펴졌다 / 'No Photo' 스탭 사진만 안 찍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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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마다 'No Photo' 안내문 (左) / 찐한 하몽과 따끈한 토스트는 일품 (右) / 'No Photo' 스탭 사진만 안 찍으면 Ok~



쉼표였던 진한 커피와 달달한 토스트는 느낌표가 되어 내 발길을 재촉한다.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몸에는 힘찬 기운이 감돈다. 봄을 맞이한 하코다테를 보러 가자! 그 길을 따라 쭉 언덕길을 올라가면 하치만자카다. 때마침 한국 단체여행객들이 몰려왔다. 삼삼오오 무리 지어 다니는 아주머니들. 하하 호호! 단체관광의 신남! 덕분에 나도 한껏 들뜬다. 그들 틈바구니에 껴서 나도 기념사진을 몇 장 찍었다. 때마침 언덕 끝자락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교복 입은 학생들. 혼자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친구도 있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친구들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오늘 본 하치만자카는 제법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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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나 영화에 많이 등장했던 하치만자카 길따라 내려가면 바다와 맞닿아 있다(左) / 하교하는 일본 고등학생들 (右)



살짝 길을 틀어 공회당으로 간다. 지난번에는 너무 늦게 도착해 내부를 보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 2층 발코니에 서서 하코다테 항구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안내 동선을 따라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침대가 놓인 침실, 서양식 화장실과 욕조, 응접실, 연회장 등 개항하며 받아들인 서양식 시설물들을 볼 수 있다. 커다란 연회장에 들어서니 기모노가 아닌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홀에서 빙글빙글 왈츠를 췄을 당시 모습이 상상이 된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신사, 숙녀분들이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였을지 개개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역사의 큰 변화 앞에 '나'라면 어떠했을까? 이미 쓰인 역사를 반추하며 앞으로 올 새로운 문명은 어떤 것일까? 나는 그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가?! 변화 앞에 유연한가?! 텅 빈 홀 안에서 내 머릿속은 여러 생각들로 꽉 찬다. 생각으로만 멈추지 않고 내가 몸소 느끼고 행동하길 바란다. 변화의 물결은 언제나 부지불식간에 와 모든 걸 바꿔 놓는다. 내 사고가 유연하길, 트인 생각을 갖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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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무거운 여행은 싫어 늘 핸드폰으로 찍는 사진, 오늘은 아쉽다. 발코니에 서서 1/3씩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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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에 빠져 큰 홀 사진이 없다. 발코니로 나가는 홀 안쪽(左) / 1층 긴 복도도 초록과 노란 창틀이 예뻤던 1층 긴 복도 (右)



작은 공간이지만 큰 생각을 안겨준 하코다테 공회당을 나와 코앞인 모토마치 공원으로 내려가 본다. 예상했던 대로 벚꽃이 이곳에 소담스레 피었다. 길쭉하게 뻗은 일본 열도 아랫녘 후쿠오카는 4월 초에 벚꽃이 만개하지만 최북단 홋카이도 남쪽에 위치한 하코다테는 5월 초에 벚꽃이 만개한다. 5월 초는 일본 골든위크로 어디를 가나 비싸고 붐비지만 그 기간만 살짝 빗기면 한산하다. 그렇다고 5월 초에 핀 벚꽃이 골드위크 지났다고 빠이빠이 하고 지는 게 아니니 운 좋게 늦게까지 매달려 있는 꽃송이를 볼 수도 있고 그늘진 곳에 늦게 핀 꽃을 즐길 수 있다. 꽃을 찾아 오르고 내리고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많다. 특이하게도 일본식과 서양식 건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길 끝에 놓인 외국인 묘지 그리고 공회당과 페리 광장, 영국 영사관, 러시아 정교회, 가톨릭 성당 등 모토마치를 산책하다 보면 이곳이 첫 개항도시이자 국제무역항으로 얼마나 활발히 교류했고 번성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이제 이곳은 하코다테 시내와 바다를 조망하며 조용히 걷는 산책길이다. 고요한 하코다테를 느끼고 싶다면 이 길을 추천한다. 이왕이면 꽃이 필 때 가길. 걷다 쉬다 꽃구경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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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흔적과 최근 덧칠한 빨간 문, 빛 바랜 무지개 계단이 눈에 들어오네요 (左) / 동백꽃과 벚꽃이 한대 어우러진 나무 (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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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걷다보면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정교회(左), 하코다테 성 요한 교회(中), 하코다테 공회당(右)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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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아니여도 아름다운 꽃들로 수놓아진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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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라 초록이 더 맑고 곱습니다.



[카페] 가보진 않았지만 뷰도 좋고 맛도 좋다고 하네요

https://maps.app.goo.gl/9tQuNyPGRUs1jGTcA


[카페] 어느 나라를 가든 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

https://maps.app.goo.gl/soFCeytkonHr6DF4A


[카페] No Photo로 움추렸던 마음은 따뜻한 커피로 녹는다

https://maps.app.goo.gl/6PAEKgbWzvMhjxDo7



추운 날 뜨끈한 국물요리 대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버거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wPnNm4MEAWHN9ZvG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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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물을 찾아 헤매이다 먹은 버거, 시장이 반찬인지라 아주 잘 먹었답니다.





쇼핑 보단 안에서 밖을 바라본 뷰가 멋졌던 아카렌가

https://maps.app.goo.gl/cWWMUKQ8nmfdE1v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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