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료카쿠] 보이는 벚꽃 명소 카페

하코다테 여행 ep8. 카페 피베리 + 롯카테이 + 고료카쿠

하코다테 여행 ep7. 카페모이와 + 공동묘지 + 비 오는 거리 산책에 이은 글입니다.

롯카테이, 유명하다지만 내 취향은 아닙니다.

이번 여행은 벚꽃 시즌을 살짝 빗겨 난 시기라 비행기표도 저렴했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딱 1주일 비껴갔을 뿐인데 말이다. 내심 1주일 밖에 안 되었으니 그래도 어딘가 꽃송이가 달려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고료카쿠를 찾았다. 고료카쿠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성곽인데 그 모양이 별모양으로 독특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관광 코스가 인기다. 특히나 이곳에는 1600여 그루의 벚나무가 4월 말부터 5월 초에 만개하는데 그중 그늘진 곳에 외따로이 있다 뒤늦게 피는 꽃이 있으리라. 있네, 있어! 몇 안 되는 그루에 애처롭게 몇 송이 걸려있다. 아쉽지만 별수 있나 멋진 광경을 보려면 그만큼 돈을 써야 하는데 하는 수 없다. 이걸로 만족해야지.

벚꽃은 지고 초록잎만 남아있는 벚꽃명소 고료카쿠

외따로이 늦게 핀 벚꽃, 왕벚꽃은 아니지만 기분내기에 충분했던 꽃송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고료카쿠 인근에 있는 버터샌드로 유명한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 인기만큼이나 점 내 카페는 이미 만석이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차를 마시는 공간이 좁은 데다 대기고객들이 테이블 코 앞에서 지켜보고 있어 편히 쉴 수 없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커피를 마실 때 보는 뷰가 예쁘지 않았다. 되려 카운터 뒤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전경이 훨씬 아름답다. 아쉬운 대로 아이들에게 줄 쿠키만 사서 길을 나선다. 구글맵을 켜 다른 카페를 찾아보니 지척에 가정집처럼 보이는 작은 카페가 있어 발길을 돌린다.

카페 자리였으면 더 좋았을 공간, 카운터 포스와 집기들이 노출되어 있어 아쉬웠던 뷰, 롯케테이 카운터 통창

롯카테이 고료카구점 입구 (左), 인증샷을 많이 찍는 나무 간판과 강아지 동상(中), 다양한 쿠키들이 진열된 롯카테이(右)

롯카테이 옆 아기자기 카페 피베리

롯카테이의 세련되고 절제된 돈냄새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와 상반되게 아기자기하다. 노부부가 바삐 움직이시는 걸 봐서 가정집으로 쓰시다 1층만 카페로 개조해 운영하는 것 같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집기들도 기존에 집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커피를 내리시고 할머니는 손님을 맞이한다. 내게 창가 쪽 자리를 안내해 주시곤 이내 메뉴판을 보여주시는데 얼마나 귀엽고 깜찍한지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손글씨로 메뉴를 적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그림책 같다. 파스텔톤 연한 노란색 바탕에 따뜻한 색감의 그림들. 커피는 예쁜 핑크 찻잔으로 표현했고 치즈 케이크는 민트잎과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스트루베리잼이 포인트다. 샐러드볼도 색색깔 야채들이 담긴 모습을 그려 넣었는데 정성 가득한 그림에 어떤 메뉴를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할머니를 붙들고 메뉴판은 직접 만드셨는지 어떤 메뉴가 좋을지 여쭤보고 싶었지만 바삐 움직이시는 할머니께 차마 물어보질 못했다. 손님들이 많진 않았지만 젊음과 멀어져 있어서 인지 할머니의 걸음은 내내 종종걸음이었다. 특히 테이블 위에 ‘한번 앉은자리는 바꾸지 마세요.’ 안내문이 왜 놓여있는지 알 것 같다. 이분께는 상당히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카페 피베리 창가에 앉아 본 풍경, 모두 벚나무들이다. 벚꽃 시즌에 오면 참 좋을 것 같다.

바쁜 시간을 비껴가니 운 좋게 앉은 창가 자리 / 동화책 같았던 파스텔톤 색감의 귀여운 손글씨 메뉴판 (右)

카페 곳곳이 아기자기 소품들로 가득(左) / 화장실 세면대까지 깔끔(中)하고 귀여운 미니미 소품들로 가득 (右)

테이블 메시지처럼 창 측 자리는 바로 벚꽃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 너머로 고료카쿠 타워가 보여 누가 봐도 창 측 자리가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입구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다 빈자리가 나면 이동하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자리다. 피크시간은 비껴가서 그런지 창가자리에 앉아 벚꽃이 지고 남기고 간 푸른 잎을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볼 수 있었다.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이내 할머니가 핑크빛 꽃쟁반에 커피와 치즈케이크를 담아내어 주신다. 파스텔 민트접시에 새하얀 치즈케이크가 다소곳이 앉아있다. 그 위엔 민트잎을 달고 레이어드 되어 흐르는 스트루베리잼은 곱기만 하다.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할머니의 센스가 남다르다. 인증샷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예쁜 치즈케이크를 연신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벚꽃 명소 옆집이라 그런지 커피잔도 꽃잔이다. 흰 바탕에 수수한 꽃이 그려진 찻잔에 따뜻하게 담겨 나온 커피는 진하고 고소하다. 할아버지의 솜씨도 남다르다. 천천히 음미하며 긴 하루, 나른한 오후 시간을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겨본다. 오늘도 맑음.

벚꽃 한상은 없어도 주인장 손맛 가득한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 볕 좋은 나른한 오후

할머니 취향이신가?! 핑크 쟁반 (左) / 커피 맛과 향도 일품 (中) / 멋으로 맛으로 먹었던 치즈케이크 (右)

https://maps.app.goo.gl/WunJY46Y44omhpgS8

고료카쿠 공원 · 44-2 Goryokakucho, Hakodate, Hokkaido 040-0001 일본

https://maps.app.goo.gl/WBSKdZgkp3mprUv3A

피베리 · 27-8 Goryokakucho, Hakodate, Hokkaido 040-0001 일본

https://maps.app.goo.gl/WZanciswyawaMN6G7

롯카테이 고료가쿠점 · 27-6 Goryokakucho, Hakodate, Hokkaido 040-00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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