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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호 Jul 05. 2019

What is "Creativity"?

서평)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

 우선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어낸 나 자신이 대견스럽다. 월터 아이작슨의 전작인 “스티브 잡스” 는 900페이지가 넘었다. 이번 책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도 6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한다 (다행히도 이번 작품은 그림이 많다). 아이작슨의 책은 이 두께의 압박을 이겨내고 끝까지 읽은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가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의 full name 인 줄로만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가 사실은 “빈치라는 동네에 사는 레오나르도”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누구에게는 콤플렉스가 될 만한 일이지만 레오나르도는 오히려 이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학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오직 자신의 호기심을 쫓으면서 자신의 지식을 확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경험의 제자” 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그가 오롯이 자신의 호기심만을 쫓아 지식을 넓힌 것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호기심은 다방면으로 뻗어나갔고 그의 지식 또한 폭넓게 확장되었다. 그는 자신이 궁금하게 여기는 것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가 이렇게 남긴 메모 노트가 7천 여 권에 육박한다고 한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노트를 좌우 방향이 뒤집힌 글씨로 적었다. 방향도 왼쪽에서 오른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의 거울글씨이다. 레오나르도는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 중에 자신의 손에 잉크가 묻는 것이 싫어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씨를 적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레오나르도가 글씨의 방향을 거꾸로 인식하는 증상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거울글씨를 썼다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쓴 편지를 보면 그의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여있고 글자가 뒤집어져 있지도 않다. 이것은 레오나르도가 거울글씨를 쓴 것이 단순한 인식장애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레오나르도의 호기심은 거의 모든 분야로 나아갔다. 그가 남긴 7천 여 권의 노트를 보면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그의 연구 기록이 있다. 그의 호기심은 종종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중에서도 가장  발견은 해부학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의 힘이 절대적이었던 15세기 유럽인들은 생명의 창조와 인체의 비밀은 오직 하나님만이 알고 있는 영역이며, 이 분야를 넘보는 것은 신성불가침이라고 여겼다. 이런 시대상황에서 인간의 몸을 해부하고 인간의 신체가 작동하는 원리를 연구했던 레오나르도는 자칫하면 신성모독죄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럽 전역을 지배하는 기독교의 존엄한 권력도 레오나르도의 호기심을 막지 못했다. 그는 수십 구의 시체를 해부했고, 인간의 신체를 해부할 수 없을 경우에는 소나 돼지 등을 해부하며 각 장기들의 기능을 밝혀내며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인체의 신비를 파헤쳐갔다. 이 외에도 빛, 도시, 지질, 물, 소용돌이에 대한 연구 등 무수히 많은 연구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끝없이 확장시켰고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다만, 너무 많은 분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그의 연구와 예술 작품들은 대부분이 미완성이다.  

 레오나르도의 부단한 호기심이 인류사에 대단히 큰 영향을 주었던 이유는 그가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연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레오나르도의 그림을 보면 그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내용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해부학을 연구할 때, 미소를 짓게 하는 얼굴 근육에 관해 연구 했었고 자신이 알아낸 해부학적 지식을 모나리자의 미소 속에 담았다. 또한, 빛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반사광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가 남긴 대표작 중 하나인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에 반사광을 멋지게 표현했다. 이처럼 그의 대표작들은 그가 연구한  많은 결과물들을 적절하게 편집하고 융합한 결과물이다. 나는 이것이 그가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가 창조적인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피렌체는 르네상스 운동의 중심지로서 수 많은 예술과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수용적이었다. 이런 피렌체의 포용력은 레오나르도와 같은 뛰어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끌어 들였고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에 더 없이 알맞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실제로도 15세기 피렌체에는 레오나르도 뿐만 아니라 기베르티, 미켈란젤로, 브루넬리스키, 라파엘로, 갈릴레오 등 다양한 혁신가들이 살았다. 넓은 포용력 (Tolerance) 를 가진 사회가 재능 (Talent) 있는 개인을 끌어들이고 바로 그 곳에서 기술혁신 (Technology) 이 일어난다는 3T 이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요즘같이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에 레오나르도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한 개인의 창의성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깊은 관찰, 그리고 자신의 지식을 부단히 편집하고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발현된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온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창의성이 궁금하다면 레오나르도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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