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버렸을 때, 따돌림이 끝났다

그 회복의 길에는 요가가 있었다

by 이공사

요가를 좋아하기 시작한 이야기를 하려면 꼭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요가를 좋아하던 시점에 내가 처했던 상황이다. 나는 나름 글을 한 번에 죽죽 쓰는 스타일인데 이때 이야기만 하려고 하면 손에서 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겨우 썼던 글도 발행하지 않거나 발행했더라도 다시 미공개로 옮긴 게 대부분이다. 어쩌면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게 이 시기의 영향도 있다.


이 시기의 경험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소화되지 못한 찌꺼기로, 가끔 찾아오는 악몽으로 경험을 남겨두고 싶진 않았다. 그렇지만 글로 쓰기에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고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 이렇게 말을 돌리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참 그때의 일이 아직도 다루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었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고, 그 이유는 나 혼자 외국인이라는 점이었다. 베트남은 베트남 사람과 외국인 간의 임금 차이가 꽤 크다. 임금 차이에 불만을 갖고 외국인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따돌리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내 경우 소규모 회사였고 나 혼자 외국인이라는 점이 상황을 더 악화했다. 이전에 다녔던 베트남 회사는 대부분 외국인이 많으며 규모가 꽤 큰 회사여서 문제없이 다닐 수 있었고 단순히 외국인이며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따돌림을 당했던 직장을 퇴사하고 나서야 직장 동료가 솔직히 말해준 것으로는, 회사의 매니저급 직원이 나를 처음부터 싫어했으며 그 이유는 내가 본인보다 더 월급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였다. 그룹 채팅이나 사석에서 나에 대한 비방을 많이 했으며 심지어 내가 베트남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내 앞에서 나를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꽤 있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와 친하게 지내거나 내게 우호적인 직원에게 고과에 유리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배정하거나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너는 쟤랑 친하니까 같이 어울려라'는 식으로 편을 가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본인도 내게 그렇게 살갑게 굴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을 했다.


당시, 베트남어는 못해도 피부로 느껴졌다. 한 번은 관리자에게 매니저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관리자는 베트남 사람으로 매니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그 직원은 문제없다. 네가 예민한 거다. 왜 자꾸 문제를 만드냐'는 식으로 말했다.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 혼자서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 그 무력감을 느끼며 회사를 다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요동친다. 꽤 시간이 지난 일인데 상흔처럼 남아서 그때 일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따돌림의 구조가 그렇다. 피해자가 상황적으로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돌림은 가해자가 그만둬야 끝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그만 괴롭히길 바라는 것 또는 그 공간을 떠나는 것 외에는 딱히 선택지가 많지 않다. 미디어세는 종종 피해자가 힘을 키워 가해자의 괴롭힘을 끝내는 사이다 스토리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견디는 게 미덕이라 배우며 살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견디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도망치는 게 해결책이다.


직장 내 따돌림이 끝났던 건 희망을 놓았을 때였다. 그러니까, 이전까지 나는 '내가 잘하면, 더 다가가면, 친근하게 대하면, 성과를 내면' 마음을 열고 나를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1년 넘는 따돌림 후에 드디어 포기했을 때, 모든 걸 그만 둘 용기가 생겼다.


희망을 잃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희망은 항상 좋은 것일 줄 알았기에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했다. 내가 비로소 포기했을 때 따돌림의 피해자로 완벽하게 세팅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더 나아질 거라고 근거 없이 믿는 헛된 희망을 버렸을 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나의 삶에 집중하게 되었다.


퇴사하고 나서 괜찮은 척했지만 마음이나 정신 상태가 꽤나 너덜너덜했다. 1년이 넘는 따돌림,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정신이 바닥까지 무너지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악몽 같은 경험은 여러 상흔을 남겼다. 따돌림을 당할 때도 잠을 잘 자지 못했고 이유 없는 심장 떨림과 사무실에 있을 때면 현실과 내 몸이 멀어지는 느낌, 끊임없는 위염, 장염에 시달렸다. 스트레스성이었다.


자주 아팠고 몸과 마음이 약할 대로 약해져 있었다. 그때 시작한 게 요가였다. 집 주변 헬스에서 요가 프로그램이 있어서 시작했던 게 처음이었다. 베트남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눈치껏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따라 했다.


그렇다, 극적이긴 하지만 내가 회복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요가, 요가였다.


처음 몇 번의 수업은 너무 지루했다. 시간이 가지 않았고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30분이 지나면 머리가 깨어나고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새롭게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말끔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후로는 주말에 여러 요가원을 경험했고, 집에서도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요가를 하는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중요하지 않다.'

당시 내가 겪었던 따돌림의 괴롭힘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하지 않다. 이건 내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


요가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를 쓰자니 글이 길어졌다. 요가를 하면서 '어쩔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가를 하는 순간만은 제대로 숨 쉴 수 있었다. 제대로 숨 쉬면서 다시 삶에 감사할 수 있었다.


요가를 할 때는 삶에 다시 감사하게 되며, 잊고 있던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를 다시 소중히 여기게 된다. 그렇다, 삶에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요가는 다시 숨 쉬는 법을 알려주었다. 이러니 요가를 안 좋아할 수가 없다.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