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강사가 되자마자 임신하기도 하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상상치 못한 삶을 마주하기도 한다. 내가 상상도 못 했지만 받아들인 삶에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사는 삶이 있고, 이곳에서 현지 채용으로 일을 하다가 요가 강사로 전향한 삶이 있었고, 요가 강사가 되자마자 임신을 해 엄마가 되기를 준비하는 삶이 있다.
해외에서 취업과 임신, 그리고 엄마와 요가강사로 준비하고 있는 이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데 뭐랄까, 내 글의 원천은 내 안에 있는 날 것에서 나왔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날 것의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약점이 되는 경험을 했다.
징징거리고자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사회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자신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걸 몰랐던 나의 순진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솔직함이 최선인 줄 알았으며 나다움이 내 삶을 살아가는 오롯한 방식인 줄 알았던 시기가 - 다른 말로 하면 뭘 모르고 젊기만 했던 시기가 - 끝나자 글이 써지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사회화가 더 된 것이며 사회생활을 하는데 적합한 인재가 되었으며 모난 곳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생존 스킬을 하나 터득한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하룻강아지가 아니라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 지낼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으니 말이다.
단 한 가지,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만이 마음에 걸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글이야 뭐, 어차피 인생에는 부차적인 것이며 그 중요한 의, 식, 주에는 어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사치품 같은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꾸준한 글을 쓰지 않은지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일기를 쓰는 날도 줄어들었다. 덩달아 문구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이전에는 다이어리를 사고 문구류를 사는 것이 삶의 소소한 기쁨이었다면 이제는 그런 기쁨이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삶의 기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나름 만족하며 살았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뿌리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요가 강사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릴스를 만들면서 자꾸만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기둥이 없는 느낌. 뿌리가 없이 그저 닥친 눈앞에 일만 겨우겨우 쳐내고 큰 그림이 부재하는 것 같았다. 마치 해양을 떠도는 배가 목적지는 없지만 풍향이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기다리는 상태였다.
물론 현재 임신을 한 상태에서 요가 강사로 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단순 상황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요가 강사가 되고 싶었는지, 나는 어떤 요가 강사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출산과 육아와 요가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이나 뚜렷한 방향성 없이 매일 같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하며 입덧의 괴로움과 함께 자책의 괴로움을 느꼈다.
며칠 전 현재 나의 상황, 그러니까 요가 강사로 일하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해외에서 요가 강사로 일한다는 게 어렵게만 느껴지고, 게다가 임신 중이라서 당장 일하기도 힘든데 마음만 계속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자 친구가 물었다.
'어떤 요가 강사가 되고 싶어?'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사회생활 짬밥을 활용하여 적당히 들을만한 답변을 내놓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봤다. 나는 어떤 요가 강사가 되고 싶지? 제대로 답을 하기 위해 요가 강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요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요 근래 계속 느껴온 마음, 길을 잃은 느낌, 목표를 상실한 상태에 대한 해답이 어쩌면 글쓰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글은 항상 다짐이자 이정표이자 나침반이었기 때문에 글을 쓰지 않았던 몇 년의 시간 동안 나는 나름 고군 분투했지만 한편으로는 길을 잃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의 욕망, 목표, 원하는 것들이 더욱 명확하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말이다. 먼저, 요가를 좋아하게 된 순간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