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도 용기다
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 다음에 갈 곳이 없는 무계획 퇴사였기에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해 발리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요가 강사 자격증은 1개월가량 숙식하는 코스와 주말 또는 평일에 정기적으로 가서 수업을 듣는 코스로 나뉜다. 나는 베트남에서 거주하고 있어서 베트남어로 수업을 듣기에는 베트남어 실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서 해외 한 달 살기를 할 겸 해외 1개월 코스로 찾았다.
처음에 찾은 건 인도였다. 요가의 본고장에서 요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이소르, 리시케시 여러 요가 도시에서 요가원을 찾았는데 바로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또한 나 혼자서 인도 여행하는 것과 인도자체를 처음 가는 것도 조금은 두려웠다. 그렇게 현실과 조금 타협해서 발리에 있는 요가원을 찾았다.
내가 믿는 이론이 하나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여러 가지를 따지고 재고 나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직감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그 '직감'을 키우기까지 그 사람의 삶의 역사, 그리고 삶 속에서 축적된 자료와 정보가 그 사람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발리 요가원을 고를 때도 처음에 마음에 드는 곳으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했는데, 그간 내가 만들어온 '직감'과 '취향'과 잘 맞는 곳이었다.
약 1개월 동안 숙식하면서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는 코스였다. 설레면서, 사실은 그때까지 겪었던 너무 큰 변화에 멍한 상태로 발리행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내가 가장 늦게 도착한 수련생이었고 자정이 가까이 되어서야 요가원에 도착했다. 꽤 오래 빈 방이었는지 먼지 냄새가 반기는 1인실에 누워서 피곤한 몸을 추리며 잠을 정한 기억이 있다.
요가원에서 1개월의 시간은 요가를 더 깊게 이해하고 요가 아사나를 더 정확히, 그리고 더 안전하게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존에 하지 못했던 - 사실 무서워서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던 - 머리 서기도 성공했으며 바카아사나나 차투랑가 등 암 발란스 자세를 수련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절대적으로 수련 시간이 많았고 몸이 풀리고 요가가 삶 속으로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요가원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처음에는 요가에 대한 이론, 해부학, 요가 수련이 가장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은 다른 수련생과 1개월 간 숙식을 함께 하는 단체 생활이었다. 수련생들은 나를 제외하고 전부 서양인이었다.
요가원에서 단체 생활을 하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1년 넘게 직장 내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이 알게 모르게 내 안에 체화되어 큰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자꾸 내가 먼저 거리를 두고 나를 보여주는 걸 불편해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갓 태어난 하룻강아지처럼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갔고 나를 보여주는 데 두려움이 없었기에 나 자신이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따돌림의 기억이 내 뇌 속에 자리 잡고서 타인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생존 본능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수련생 동기들이 대부분 나이 또래였고, 그들이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내가 혼자 있으면 옆에 와서 말을 걸며 먼저 인사했고 수련이 다 끝내고 나서는 따로 시간을 내서 같이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나도 모르게 자리 잡았던 방어기제가 서서히 옅어졌다.
요가원에서의 기억은 나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으로 남았다. 요가원 프로그램에는 치료나, 치유에 대한 내용은 언급도 없었지만 요가 강사 자격증 과정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수련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고 그들에게 다시 마음을 열면서 따돌림의 상처로 꽁꽁 닫혔던 마음이 열렸다. 그리고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요가 매트 위가 나의 자리라는 생각은 더더욱 강해졌다. 요가를 통해 알게 된 소중한 인연이 하나 둘 생기고 새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따돌림의 기억은 점차 희미해졌다. 이렇게 좋은 경험이 더 쌓이다 보면 따돌림의 경험도 그저 하나의 경험으로, 내가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하나의 수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내가 더 강했다면, 강단 있었다면, 또는 더 독했다면 따돌림의 상황을 이겨내고 맞서 싸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그 환경에서 나는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업계 경험이 많지 않은 신입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고기를 나무 위에 올려두고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는 식으로 살았던 거라 생각한다. 물고기는 물에 살아야 한다. 내게 맞는 곳을 찾으러 나가는 것도 용기고 새로운 곳에 나를 맞춰가는 것도 용기다. 더 이상 따돌림 당했던 나의 약함을 탓하지 않고 내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나는 요가 매트 위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트 위에서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도록 수련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