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흔적

빗소리

by 길위에 글

창가에 번지는 빗소리

한참을 바라보다 눈을 감아요

젖어가는 거린 내 지난날 같아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가죠


멈추려 해도 멈추지 않던 마음

흐르는 빗물에 던져 버렸지만

어느새 기억은 낡은 사진처럼

빛바랜 채로 다시 젖어 오네요


가로등 불빛에 흔들린 그림자

내 삶도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 걸까

잡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흐린 발자국만 길 위에 남아 있네


이 비가 내 마음을 적시면

잊었다던 그 쓸쓸함이 다시 와요

허공에 흩날린 수많은 시간들

빗물처럼 흘러가며 사라지네요


내 안에 깊이 감춘 말들까지

비에 젖어 조용히 흘러내리고

남겨진 허무와 서늘한 바람만

오늘 밤 나를 감싸고 있네요


낡은 우산 아래 숨은 내 그림자

쫓아도 닿지 않는 내 뒷모습 같아

누군가의 따뜻함이 그리울 때

빗속의 나를 더 깊이 알게 돼요


외롭다 말 못 했던 그 순간들

모두 이 빗소리에 스며 울고 있어

내가 흘린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이 밤이 흘러가네


비가 멎어도 끝나지 않는 고요

그 안에 묻힌 내 삶의 흔적들

한 줄기 바람에 흩날려

가도 돌아오지 못할 길만 남겨 두었네


이 비가 내 가슴을 적시면

인생도 결국은 흘러가는 빗물 같아

사랑도 눈물도 모두 스쳐 가고

남은 건 빗속에 서 있는 나뿐이죠


끝내 닿지 못한 지난날의 기억

이 비에 씻겨 흩어져 버리면

쓸쓸한 밤을 건너는 이 노래만

나의 빈 가슴을 대신 울려 주겠죠


마지막 빗방울이 스며든 자리엔

아직 꺼지지 않은 내 마음이 있음을



- 기억의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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