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걷는 길
발밑에 부드럽게 쌓인 바늘잎
바람은 오래된 비밀처럼
천천히 나를 스쳐가요
햇살이 들쑥날쑥
나뭇가지 사이로 흔들리면
내 마음도 그 빛 따라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아요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이 고요한 숲길에
나도 몰랐던 나를
조용히 마주해요
소나무 숲 사이로
느리게 걷는 지금 이 순간
시간도 나를 놓아주네요
그 어떤 위로보다
푸른 침묵이
내 어깨에 닿아요
숨을 깊게 들이쉬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 같아
소란했던 하루들이
바람 속으로 스며들어요
길은 멀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도착하네요
내가 어디쯤 왔는지
잠시 잊고 걸어도 좋아요
소나무 숲 사이로
빛과 그림자가 나란히 흐르고
나는 그 한가운데서
말 없이 살아 있는 걸
조용히 느껴요
오늘이 나에게
괜찮은 날이었음을
숲이 속삭여요
“지금처럼만,
천천히 걸어도 돼.”
- 느리게 걷는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