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기 전에
우리 가족은 등산을 한 번 하기로 정했다.
이야기가 나오고 조금 미뤄졌지만.
지난주 아침부터 준비해서 청계산으로 향했다.
우리 넷
회의 끝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결정!!
오랜만에 도착한 청계산은
조금 더 깔끔하게 길도 정돈되고
역 주변에 상가도 많아졌다.
주차장 앞을 지나며
대중교통 이용 결정을 잘했다
생각하며 지나간다.
온전히 산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숲 속 놀이터를 가기 위해
작은 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3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너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
중간에 멈추고 내려오자.
둘째는 그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조금 숨이 찰 때
"
엄마 나 심장이 엄청 빨리 뛰지?
이제 내려갈까?
"
"
이렇게 많은 계단을 올라왔는데
정상도 못 가고 집에 가면 아쉽지 않아?
"
힝..
그렇게 나의 사탕발림으로
구슬리고
구슬려서 옥녀봉까지 올라왔다.
정상에 닿을 즈음
우듬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작은 살랑바람에도 바스락 거리며
날리는 나뭇잎 또한 장관이었다.
중간에 하도 쉬어서
정상에 도착했을 땐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날이 좋아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서울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저 멀리 남산에 N타워도 보이고
오른쪽엔 롯데 타워까지
가을을 가득 머금고 있는 서울 풍경에
볼을 간지럽히는 살랑바람까지
이 순간 모든 것이 참 좋았다.
발걸음을 돌려 내려가는 길
남편이 앞 서고
나는 뒤에서 아이들 속도에 맞춰 걸었다.
아이들은 다람쥐처럼 야무지게 내려간다.
오히려 내가 쫓아가는 기분이었다.
"
엄마 내려가는 게 정말 재밌어서
다음에 또 산에 오자~
"
힘들다고 다신 안 간다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먼저 다시 오자고 하니 반갑네!!
나도 오랜만에 심장이 쿵쿵 뛰는 느낌을 받았다.
'살아 있구나!!'
내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
“우리에게는 백 번을 살아도 다 쓰지 못할 잠재력이 있다.”
- 데니스 웨이틀리(심리학자, 리더십 트레이너) -
주말엔 움직이기보다
낮잠을 자거나 쉬는 것은 선호하는 나에겐
등산은 큰 산이고 미루고 싶던 일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나는 움직인다.
시도하지 않고
두려워하며
숨어있던 순간을 벗어나
조금씩 한 발 두 발
같이 손잡고 걸어보자.
그러다 보면
어디선가
나도 모를 잠재력이 날 이끌 테니..
그 잠재력이
이 글을 읽는 그대에게도 머물 것이다.
등산 登山 Hiking, mountain-climbing
등산: 운동, 놀이, 탐험 따위의 목적으로 산에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