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숨 막히는 순간들>
어떤 날은 정말 아침에 일을 해야 하는 날인데도, 기네스 한잔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물론.
난 프리랜서다.
더 정확하게는 회사를 가지고는 있어도 서로 출근하지 않는다. 일은 카톡으로 연락하고 메일로 주고받으면서
일을 한다. 코로나 19 이후 대면하면서 일할 상황이 줄고 줌으로 일을 하면서(사실 줌도 엄청 싫어하는 사람, 통화하면서 일을 하는 것도 싫어한다. 굳이 만날 필요가 없는 일들이다)
그래도 일이 다 진행이 된다. 문자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 반면, 문자로 오해가 깊어지는 사람에 한해서만 통화를 한다. 정말 어색하게도. 어찌 됐던, 50대의 나이에 이런 일의 프로세스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거의 MZ 세대 같기는 하다. 연식만 빼면.
사업을 거창하게 해서 100억대, 혹은 수십억 대 매출과 매입을 기록하는 사람이 물론 훌륭하지만, 정작 연말 결산하고 본인에게 얼마의 페이가 떨어지는지를 보면 아득한 사람이 많다.
앞으로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그런 분들과 감히 비교하는 것은 그렇겠지만, 작은 기업을 가지고 프리랜서처럼 일을 한다고 해도 한 달에 천만 원은 너끈히 번다면, 나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리스크는 없는 샘이니까.
사업을 크게 해야만 꼭 성공한 기업인인 것일까? 혹은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나 같이 영세 자영업자가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누구든 아침 8시에 기네스를 마시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다.
대그룹 임원 C레벨에서 본부장 급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침 출근 전에 기네스를 한잔 한다고?
할 수 있나? 없다고 본다. 마실 생각도 없겠지만, 그럴 만큼의 여유가 있나? 없다고 본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할 것. 물론 그는 월 3천4천은 벌거다.(음, 나보다 많이 버네... 그래도 자유는 없다)
사실 술을 마신다는 자유보다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뭐 맨날 알콜릭이어서 술을 마시진 않는다. 다만, 나는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제는 한국인의 밥상을 보았다. 바다가 주는 실하고도 달큼한 선물 고흥반도 밥상인데, 주로 물 바지락 이야기가 나왔다. 바지락이 일반 바지락에 비해 세배 크기. 쌀과 참께를 갈아서 바지락 짓갱을 만든다. 바지락이 들어가는 양이 한 양푼이다. 가마솥에 바가지도 세배가 넘는 양을 그냥 넣는다. 바지락 꼬치와 바지락을 말려서 찌는 것들. 산 파래구이, 바지락 젓갈과 감태굴국, 감태김치, 나발초국, 톳과 삶을 굴을 넣은 톳 굴무침, 쑥 나물에 시금치 낙지무침...
어렵고 힘든 삶이고, 가난하고 여유가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분들은 최고의 웰빙 식단을 늘 드시고 계신 거다. 서울 강남으로만 와도 이 식단이 그대로 적용되려면 저녁 코스로 10만 원을 넘을 그런 밥상들이다.
행복이 상대적이이듯.
꼭 뭐 연봉이 행복의 잣대일 수는 없다. 다들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
아침 8시에 기네스를 과감하게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내가 찾았듯이.
난 이대로 한국인의 밥상을 더 심도 있게 관찰하려고 한다.
그런 밥상을 차릴 줄도, 그런 밥상의 위대함도 모르고 살아 가고 싶진 않으니까.
그리고 기네스를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이다.
그건 내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