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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잉하리 Jul 09. 2021

8. 새벽 기상 적응하기

 처음 세네 번의 새벽 기상은 꽤나 할만했다. 5시쯤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책에 나온 것처럼 세수를 하고 양치도 하고 찬물도 한 잔 마셨다. 평소보다 1시간 40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생각보다 할만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처음 며칠은 새로운 시도에 의욕이 넘쳤던 것 같다. 그 다음 주 새벽 기상은 오히려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새벽 기상이 어려웠다기보다. 낮에 졸렸다. 너무나도.


 특히 11번째 새벽 기상일 욕심 좀 부려보겠다고 4시 30분에 일어났는데 하루 종일 새벽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몽롱함 그 자체였다. 출퇴근 길 운전 중에도 눈이 껌뻑거렸다. 나는 이걸 그만둬야 하나 이것을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잠시 동안 생각했다. 이것도 그만둔다면 내가 더 이상 인생에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을까? 나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포기하면 내년도 내후년에도 쉰에도 예순에도 내 인생은 딱 이만큼이다. 나는 하루 더 힘을 냈다.


고맙게도 내 왼손에 든 도끼 한 자루 '그릿'도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끈질기게 해 보자. 숱한 자기 계발서가 책 팔아먹으려는 장사꾼들이 지어낸 이야기인지 진짜 가능한 이야기인지 내가 끝까지 확인해보자. 오기가 생겼다.


 게다가 오후 내내 몽롱한 상태로 지낸다고 해도 새벽 기상은 말 그대로 '미라클', 기적적인 순간을 느끼게 했다. 포기할 수가 없었다. 조용한 새벽 거실에 혼자 앉아 있으면 이미 뭔가를 이룬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이 나에게 올 것 같은 신비한 기분과 새벽이 주는 자신감과 감사함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집 밖을 나섰다. 신이 났다. 흥이 났다. 누적된 피로와는 별개로 기분이 전보다 훨씬 좋았다.


 다만 몽롱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어 기상 루틴을 조금 바꿔보고자 했다. 운동을 하기보다는 책이 읽고 싶었기 때문에 새벽 기상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책 읽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하지만 당장에 필요한 것은 아침 기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스트레칭과 조깅을 하거나 유튜브에서 유산소 운동을 찾아 따라 했다.(내가 달리기를 하다니, 그것도 새벽에!) 복근 운동을 추가했다. 몸이 조금씩 새벽 기상에 적응하는 듯했다. 


 새벽에 일어나 이번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끈기 있게 지속할 수 있었다. 새벽에 낸 힘이 끈기와 열정은 만들었고 그것이 다음날 새벽 나를 다시 깨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둘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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