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수영 예찬

by 생강

운동을 끈기 있게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수영을 다닌 지 벌써 10개월이 됐다. 수영 경력이 긴 사람들에게 나의 10개월은 아직 미미할지 모르겠지만, 헬스를 해도 한 달, 탁구를 해도 이틀, 배드민턴을 쳐도 하루. 이렇게 끈기가 없는 나로서는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수영은 나 같은 사람도 1년 가까이를 버티게 할 만큼 매력적인 운동이다. 매력적이면서도 또 묘한 지점이 있는 그런 운동이기도 하다.


수영을 배우기로 한 건 대단한 결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내의 친구가 수영을 다니는데, 그렇게 수영이 좋다고 하더란다. 그럼 우리도 일단 한 달만 다녀 볼까?라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마침 동네 적당한 거리에 사설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 헬스, 스쿼시, 골프를 할 수 있는 종합스포츠센터라니. 듣기만 해도 의욕이 솟아나는 곳이다. 한 달 결제를 하면 네 가지를 다 할 수 있다고? 스쿼시랑 골프를 하지 않는 우리였지만 수영이랑 헬스만 할 수 있어도 본전은 건지는 일이이었다. 용기 있게도 무려 새벽반으로 수영으로 시작했다. 아무렴, 운동의 시작은 아침이지. 우리 수영장의 새벽반은 아침 6시에 시작한다. 6시 수영에 도착하려면 다섯 시에 잠에서 깨야 하는데, 다섯 시에 일상을 시작한다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면서도 성취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첫 한 주는 회사에서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곤했다. 수영을 마치고 출근하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셔야 했고, 오전에는 계속 잠이 쏟아졌다. 이렇게 일상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적응이 됐다. 사람의 몸이 정말 신기한 게, 죽을 것 같이 피곤해도 쉽게 죽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의외로 생각보다 새로운 것에 빠르게 적응한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습관이 되면 어느새 적응이 되어 있다. 몸의 힘듦보다도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산은 귀찮음을 무릅쓰는 것, 졸려도 잠을 참는 것이었다.


아무리 강철 같은 마음을 준비했더라도 아마 수영이라는 운동이 아니었다면 새벽 운동은 실패했을 것 같다. 수영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가도 수영장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운동보다 접근성이 좋다. 눈을 뜨자마자 수영복을 가방에 넣고, 출근할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기만 하면 된다. 머리도 안 감아도 되고, 이도 안 닦아도 되니 참 편하다. 수영장에서 모든 출근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어차피 집에서 씻어야 하는 일인데 수영장에서 한 번에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또 수영이 얼마나 좋은 운동이냐면, 만성 피로를 없애 준다. 회사를 다니면서 늘상 피곤함에 찌들어 살았다. 잠을 조금 자는 탓도 있겠지만 기초 체력이 부족했던 탓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수영에 익숙해진 뒤로는 피곤하다. 귀찮다. 무기력하다. 이런 말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익숙해지기 전에는 엄청난 피곤함을 견뎌내야 한다. 실제로 체력에 자신감도 좀 생겨서 웬만한 일에는 지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리고 유산소 운동이면서 운동량이 엄청나서 수영만 해도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상에 자신감도 생긴다.


하지만 수영의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스마트폰을 쓸 수 없다. 핸드폰을 두고 어딘가를 간다는 게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누가 메세지를 보내도 확인할 수 없고, 늘 들어가는 커뮤니티, 카페에도 접속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든다. 스마트폰 한 시간 못 쓸 뿐인데,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이 든다. 세상과 단절되면 오롯하게 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호흡과 몸의 상태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다. 물에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세상 일은 잠시나마 다 잊혀진다. 아무리 머리가 복잡한 일이 있어도, 수영장에서 강습을 듣는 시간 동안에는 물에서 나아가는 데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루에 단 한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복잡함 중에 많은 부분이 사라진다.


수영은 또 오묘한 운동이다. 헬스나 필라테스처럼 개인 운동도 아니고, 축구나 농구처럼 단체로 하는 운동도 아니다. 개인 운동과 단체 운동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오묘한 지점이 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오직 수영복 하나로 몸을 가리고, 물이라는 인간에게 친화적이지 않은 환경 덕분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말로만 듣던 수영장의 텃세도 있고, 같이 물을 극복하며 끈끈해지기도 한다. 온갖 소문과 시기와 질투도 있으며 우정과 애환이 있다. 수영장의 오묘함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하나씩 풀어 나가 보겠다.


수영의 즐거움을 말해 무엇하랴. 수영은 처음에는 진입하기 어려운 운동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매력에 한번 빠지고 나면 쉽게 헤어 나오기 어렵다. 수영장이라는 갇힌 공간이 주는 폐쇄성과 독립성, 물이 주는 그 독특한 매력에 빠지면 수영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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