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저는 자유형을 할 줄 알았습니다만

by 생강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영장에 들어갈까? 내 첫 수영장은 낯섦과 떨림이었다. 아마 모든 시작에는 떨림이 있겠지만 수영장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더 떨림이 있다. 바닷가에 가도 반팔 티셔츠만 입었던 나에게, 그 바닷가마저도 십 년 동안 두 번밖에 가지 않던 나에게 수영장이란 낯설면서도 두려움이 있는 곳이었다. 수영장에 가면 수영복은 뭘 입지? 사람들이 정말로 삼각팬티만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나?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수영복은 아레나에서 가장 기본적인 거로 샀다. 지금은 입지 않는데, 그때만 해도 그 수영복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아내와 함께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혼자 시작한 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 나 혼자였다면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뒤돌아서 나와버렸을지도. 들어가서 멀뚱히 서 있을 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뒤돌아서 나와버렸을지도. 이렇게 함께인 게 좋다. 우리 수영장은 강습 시스템이 특이하다. 정기적으로 강습이 열리고 다 같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 상시로 강습이 열려 있는데 아무 때나 들어가면 된다. 강습은 새벽에 2타임, 저녁에 2타임 이렇게 열린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이미 강습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처음으로 강습에 참여했다. 수영장에 들어가서 우리는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쭈뼛쭈뼛 서 있었다.


"처음 오셨어요?" "네." "수영장 처음이세요?" "네 둘 다 처음이에요." "그럼 발차기부터 해 볼까요?"


새벽 초급반에는 한 레인에 사람들이 5~6명 정도 있다. 수요일을 빼고 월, 화, 목, 금 이렇게 강습이 열려 있는데, 요일마다 오는 사람들이 다르지만 대충 이 정도의 숫자가 유지된다. 나중에 공공기관 수영장에 다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이 정도면 상당히 적은 숫자라고 한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처음 물에 들어가서 배운 것은 발차기였다. 발차기는 수영장 바닥에 엎드려서 다리만 물에 내놓은 채로 배운다. 수영복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도 민망할 터인데, 물밖에서 발차기라니.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다 같이 그렇게 발차기를 하고 있으면 그래도 위안이 될 터인데, 자유형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끼리 그렇게 발차기를 하고 있으려니 더욱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아, 초등학교 때 2달 동안 수영을 배웠던 게 생각났다. 너무 초급부터 배우는 게 아닌가? 나는 사실 수영을 할 줄 아는 것 같은데 이렇게 기본부터 배워야 하다니. 부끄럽기도 하고, 괜한 호승심이 생겨서 선생님께 손을 들고 질문했다. 선생님! 저 자유형까지는 배웠는데요! 그럼 한번 해 보실래요?


자신 있게 자유형을 했다. 그러고 25m 레인의 반도 못 가서 선생님이 불렀다. 회원님..! 네?


돌아오세요.


얼굴에 벌게져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차마 수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슬렁슬렁 걸어서 왔다. 그렇게 그날은 발차기만 하다가 강습이 끝이 났다. 발차기밖에 한 것도 없는데 강습을 마치고 회사로 가는 길이 너무나 피곤했다. 수영이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렇게 힘이 들고 몸이 아픈데.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가 자유형을 할 줄 안다고 생각했고, 바닷가에 가서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참히 무너졌다. 물론 엄밀히 따져 보면 '자유형'은 말 그대로 Free style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없다의 영역이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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