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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Jul 21. 2021

내가 좋아하는 것 찾기

내가 좋아하는 작가 장강명은 말한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위해 구체적으로 좋아하는 것의 순위를 정해 보라고. 나는 무엇을 좋아해라고 모호하게 말할 때보다 하나하나 순위를 정하다 보면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가 구분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중복 순위 없이 1위부터 5위까지 좋아하는 영화 정하기. 아니면 좋아하는 책 정하기. 


나는 말세적인 분위기의 콘텐츠를 좋아한다. 또 가정이 파탄 나고 불운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다룬 책도 좋아한다. 또 우리나라 근현대 격동기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풍기는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가 좋다. 


그동안은 왜 좋아하는지 잘 몰랐는데,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반대를 동경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인생을 항상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음 기회에, 다음 기회가 안 된다면 그냥 안 되는 거. 인생은 실전인데 게임처럼 저장해 둔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만약 내가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하면 나는 가정이 파탄 나고 불운한 삶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고, 내가 우리나라 근현대 격동기를 살았다면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는 소시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어려운 상태에 빠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인간이다. 


월급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지금 월급으로 살면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걱정하며, 큰 병이 걸렸는데 병원비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 걱정 투성이다.  어쩌면 나는 나의 걱정은 무서운데 다른 인생의 절망스러운 상황을 보면서 그래도 나는 다행이다라는 저질스러운 생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영화 1위는 일본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다. 주인공 마츠코는 선생님이었지만 제자가 일으킨 절도 사건으로 집을 나온 이후 점점 인생이 나락으로 빠지는 이야기이다. 영화인데도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여서 좋았다.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여전히 다시 봐도 계속 좋은 영화이다. 


좋아하는 책 1위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이다. 뇌신경외과 의사의 환자 사례담에 대한 글이다. 이상하게 정신과 관련된 내용은 언제든 흥미롭다. 언젠간 정신병과 관련된 글을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위를 꼽자니 사실 정하기가 어렵다. 무엇을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뿐더러 그중에 한 가지만 고르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1위인 이유를 생각해 내기도 어려웠다. 나는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분석이 필요한가?라는 주의라서 더 그랬다. 그래서 2위부터 5위까지의 영화와 책들은 좀 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영화랑 책을 1위부터 5위까지 고르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퇴사 이후의 삶이 괜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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