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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Jul 18. 2021

나의 믿을 구석

퇴사를 앞두고 예전 팀 선배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퇴사하면 뭐할 거냐고 물어보길래, 모르겠다고 했다. 선배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책 없이 나가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디 믿을 구석이 있냐고 물었는데,  없다고 대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로또가 되어서 퇴사한다는 소문까지도 돌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쿨하고 갑자기 떠날 수가 없다고 말이다.


사실 퇴사를 결정하기 이전에 다른 회사에서 이직 제안이 왔었다. 지금 회사보다  좋은 조건이었고, 심지어  번씩이나 제안을  줬다.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아  적이 없는데.. 거절할 때만 해도 지금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거절을 했었다.


그때만 해도 당연히 회사에 오래오래 다닐 줄 알았다. 이렇게 갑자기 나갈  알았나 .


그때 이직 제안을 받아들여서 다른 회사에 다녔다면, 적응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재미도 느꼈을 거고 일을 쉽게 그만두지는 못했을  같다.


새로운 회사에서 바로 그만두는  눈치도 보이고, 이직을 제안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회사를 그만둘 마음이 들지 않았을  같다.


나는 결국  상황에 맞춰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금세 순응해서 좋다고 회사를  다녔을  같다.


그때 이직 제안의 거절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신기한 일이다. 원래 다니던 회사가 싫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떠들고 다녔는데,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그런데   점이 결국 퇴사를 만들어 줬다.  거절은 나에게 믿을 구석을 만들어줬다. 내가 이직 제안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했구나. 퇴사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있는 믿을 구석이 생겼구나.


일을 곧잘 한다는 인정은 오히려 퇴사를 쉽게   있게  줬다. 인정을 받으면  열심히 회사를 다닐  알았는데 오히려 떠나는데 미련을 없애줬고, 마음속 어딘가에 있던 불안을 씻어줬다.


아마 당분간은 그런 인정을 나의 믿을 구석으로 생각하고   같다. 퇴사하고 너무  일이 없으면 불러주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면 되지 .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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