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6일 - 오늘의 삶그림
설맞이 선물로 딸기가 들어왔다.
저녁을 패스하려고 했는데 탐스러운 자태를 보고 있자니
‘이거이거 딸기 이 녀석’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알 하나가 손가락 하나 만하다.
예전에도 이렇게 컸던가?
비둘기가 닭둘기 됐듯, 딸기도 딹기가 돼가는 걸까?
뭐든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게 없는 세상이다.
‘예전….’ 하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개발 붐을 타고 아파트며 마트도 들어선 도농지역으로 탈바꿈했지만,
어릴 적에는 산 좋고 물만 좋은 깡촌, 눈에 보이는 건 허허벌판뿐이었다.
논밭에는 각종 먹거리가 즐비했다.
간식이란 밭에서 따먹는 거지 마트에서 사 먹는다는 개념도 잘 없었다.
돈은 없어도 각종 과일을 심어준 아빠 덕에 간식에 주린 일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뉴페이스가 나타났다.
농촌의 미래라는 커다란 꿈을 꿨나 신작물에 도전한 동네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어디고 토마토며 수박이며 참외 일색이었던 밭에 신작물이 등장했다.
것도 우리 밭 옆에.
‘딸~기’ 부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이름이여!
내 평생 유일한 서리가 ‘딸기 서리’였다.
딸기 모종을 심은 날부터 알맹이가 달리고
빠알갛게 익어갈 때까지 얼마를 기다렸던가!
동네 아이들 몇몇과 어둠을 틈타
딸기 서리에 나섰던 그 밤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데….
다 커서는 딸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게 됐다.
‘딸기 한 번 사 먹느니 다른 과일 2~3번 사 먹는 게 낫지!’ 하며 다른 것을 고르고 마는 것이다.
비싼 몸값에 내 돈 주고는 자주 손이 안 가게 된 것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제철을 상실한 대표적인 과일이 딸기가 아닐까 해서다.
“딸기 제철? 당연히 여름 오기 전이지!”
“무슨 소리! 딸기 제철은 겨울이지!”
딸기 제철 문제로 친구랑 대판 싸웠다.
‘딸기가 싫어~’
노지 재배는 여름 전이다.
날씨가 아직 뜨겁지 않던 시기에 서리를 해먹었던 강렬한 추억이 선명한데, 제철이 겨울이라니….
‘겨울에만 딸기를 먹었다는 건 하우스로 재배한 비싼 딸기만 먹었다는 소리군.
이런 부르주아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스멀스멀 의구심이 피었다.
딸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어찌저찌 결국 멀어졌다.
인터넷을 보니 딸기 제철을 궁금해하는 게 나만은 아니었다.
(부부싸움으로 번졌다는 일화도 있고. ㅎㅎ)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며 딸기의 제철은 1~5월까지였다.
뭔 놈의 제철이 이렇게 길어.
검색한 김에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딸기 재배종은 원예적으로 육성된 것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몇 종의 야생종과 교배시킨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딸기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부터이다.
재배종에는 촉성. 반촉성, 노지가 있다.
촉성재배는 12월부터 수확하는데, 특수한 품종을 선정하고 꽃눈분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고랭지에서 육묘하거나 한랭사로 덮고 육묘하기도 한다. 대개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며, 다시 내부에 비닐 터널을 설치하여 보온한다. 꽃을 솎아 따주거나 봉지를 씌워서 큰 열매를 따기도 한다.
반촉성인 경우는 겨울에는 그대로 추위에 노출시켜 휴면시키고 이른 봄부터 비닐 터널을 씌워 생육을 촉진시킨다.
억제재배에서는 꽃봉오리가 늦겨울에 아직 트지 않은 그루를 따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초가을에 심어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수확한다.”
아아…. 그랬구나.
기술 발달로 다양한 재배 방식이 가능한 거였구나.
세상은 빨리 변해가니 또 언제로 제철이 바뀔지 알 수 없지.
알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우겨대기만 했었다.
자신의 기억과 좁은 소견에 갇혀서 ‘네가 맞네! 내가 맞네.’만 했었다.
결국, ‘딸기의 제철’이란
서로를 알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차이를 규정할 거리로 삼기 위한 구실이었던 거였다.
자신의 경험과 추억만 고집하면 딸기가 싫어졌던 때 같은 세상을 살겠지?
딸기 서리하던 날의 두근거림으로 살고 싶은데….
악화 일로의 환경 문제를 끌어안고,
상상 불가의 기술 발달 시대 속에서
또 어떤 문제로 출렁거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