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가는 날이 장날

1월 8일-오늘의 삶그림

by 유이지유

[가는 날이 장날, 오는 날이 이벤트]


추위와 더위를 피해 작업에 집중하고 싶어서 다니는 곳이 도서관이다.

근데 어제는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발가락이 꽁꽁, 무릎이 시려서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집이 더 따뜻하지. 작업실에서 하는 건 포기하고 방구석에서 해야쥐.’


최고의 한파 뉴스에 “오늘 하루는 집에서 하자.”로 마음먹었건만….

일어났더니 방 밖이 시끄럽다.

방바닥은 싸늘했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


간만에 집에서 농땡이 좀 피워보려고 했더니만.

(도서관에서 농땡이와 딴짓을 안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은 누울 곳은 없으니까.)


“하고많은 날 중에 왜 하필~”

하루 농땡이 치려던 기대가 무너지니 왠지 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결과물이 있던 없든,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꼴은 못 봐주겠다는 건가? 나한테 왜 이래? 왜 나만 이럴까?’

싶지만, 사실 오늘이 최고의 한파라는데 뭐는 멀쩡할까?


보일러도 매일매일 사용하는 물건인데

오는 날이 쌓이면 쌓일수록 낡아져서 문제가 생기는 게 당연한 건데.


차라리 ‘매일이 매일 같기’를 바라는 게 낫다.

이벤트 없는 평탄함을 유지하는 것이 큰 ‘애쓰기’ 임을

‘가는 날이 장날, 오는 날은 이벤트’가 된 오늘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는 수 없이 부랴부랴 도서관 외출(출근)


집에서 농땡이를 치려고 했던 이유는 발꼬락 때문이었다.

다른 부위는 롱패딩과 토르마린 복대 등으로 커버할 수 있는데 발가락은 어떻게 안 되네.


‘뭔 방법이 없을까?’

서랍에 처박아 둔 각종 핫팩이 떠올랐다.

일본 갈 때마다 싸다고 엄청 사 왔는데,

충전식 물난로로 갈아타면서 퇴물이 되고 말았다.

24시간짜리, 14시간 붙이는 핫팩, 10시간용 미니, 발바닥용... 참 여러 가지다.

20210108-01 copy.jpg

이런 날 안 쓰면 언제 쓰겠어?

기억도 못 하고 있었다. 아깝게!


필요한 발바닥용만 있으면 되지만,

손가락까지 꽁꽁 일지 모르니 24시간 핫팩도 하나 챙겨 나섰다.


폭설인 어제 따릉이를 데리고 나왔다가 끌고만 들어갔다.

운동은 제대로 됐다.

오늘은 아예 탈 생각도 포기하고 뚜벅이로 나섰다.

가방에는 노트북 2대, 책, 그림 도구 등등.

도시락 가방에는 텀블러 3개, 레몬차, 커피, 점저용 각종 먹거리 등등을 이고 지고 눈길을 헤치며 걸으려니, 이게 무슨 개고생, 중노동…. 아니, 하드코어 운동이 따로 없다.


개고생…. 아니, 하드코어 운동을 한 덕분인가?

매일 보는 도서관 직원인데 더 반갑다.

생로병사 하는 중에 추위에 고생하고, 코로나 시국을 함께 넘는 중이니... 급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서 핫팩를 건넸다.

답지 않아서 쭈뼛했지만, 내일은 몇 개 더 챙겨야겠다.

꼭 필요한 때 꼭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면 좋지 뭐.



그나저나 폭설 최강 한파 속에도 땀 한 바가지 흘렸는데, -0.1kg이라도 가능할까?

“그럴 리가!”

운동한 만큼, ‘보상 운동’은 더 열심히인 유짱이다.

20210108-02 copy.jpg

뭘 쓸까가 아니라 뭘 먹을까 생각뿐이다.


“고생한 나에게 따끈한 라테 한 잔,

귀가해서는 일단은 뜨끈하게 라면 한 젓가락,

후식으로 강냉이 한 주먹만 살짜기~,

건강 생각해서 딹기와 귤로 입가심을 하고,

딱 맞게 익은 대봉은 맛만 보는 거로….”

이전 07화[소행성] 새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