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오늘은 어쩔까? 집에 있을까?"
고민됐지만, 늘 하던 대로 도서관으로 나섰다.
루틴이다.
평소처럼 자전거에 올라 잠시 고민을 했다.
비에 장갑이 젖을 텐데 끼기도 뭐하고 안 끼기도 뭐 했다.
늘 꼈지만 빨래를 늘리고 싶지 않은데...
"내 손은 소중하니까."
장갑이 하나도 아닌데 한 철을 같은 장갑 하나로 버텼다.
끼고 벗어서 자전거 앞 바구니에 그대로 뒀다가 다시 끼고 벗어둔다.
루틴이었다.
애착이라기보다 귀찮음의 승리였다.
늘 앉는 도서관 자리에 가방을 놓고 보니 장갑 한 짝이 없어졌다.
자전거 바구니에 두고 오던 평상시와 달리 말릴 요량으로 들고 왔는데,
루틴에서 벗어난 일이었다.
*
새 계절이 돌아왔다.
이미 벗었어야 할 장갑 인지도 모른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루틴도 중요하지만,
새 시기와 만나고 적응하기 위한 비움이 필요했다.
그래야 새로운 시기, 새 계절에 맞는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
하던 대로 유지하려고만 하는 건, 루틴이 아니다.
때 지난 루틴대로만 하다가
다시 올 계절의 루틴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장갑을 잃어버린 게 못내 아쉽다.
따라가지 못해 잃어버리고 마는
'놓침'이 아니라,
따라나서기 위한 비움의
'놓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