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치 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란 생각이 스치며 나를 흔든다.
사는 게 수치스럽게만 여겨졌다.
대체 뭐에 대한, 뭐를 향한 수치며, 부끄러움이란 말인가?
왜 나는 나의 삶을 넘치는 수치심으로 견딜 수 없어 하는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 살았기에 이런 생각에 휩싸일까?
고귀함 따위 바라지도 않았다.
‘시’는 되지 못하는 삶이더라도, 문장을 잇는 삶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단 한쪽의 이야기도 되지 못했다.
아무도 읽고 싶지도 않아서 구겨버리는 종잇장일 뿐이다.
오늘이 그렇고, 내일도, 모레도 길가를 나뒹굴 뿐이다.
앞으로 그럴 할 게 뻔하다.
더 나은 삶이 있을까?
그런 소망이 이젠 가능하리라 감히 생각지도 못한다.
이 삶을 대체 어떻게 견뎌야 할지 방법을 모르겠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일을 희망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삶을 감내해야 하는가?
사람으로 그저 태어났을 뿐이다.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이 세상에 떨어진 존재라 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의미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극심한 혼란의 시대에서는 더더욱.
그 생의 의미는 생을 지탱했던 자신만이 부여할 수 있다.
이름 석 자도 모를 무의미한 생이었든,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생이었든.
‘존재니, 의미니’ 하며 수치심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그런 '존재'이고, 그런 의미의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