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종일 이어지는 촬영으로 지친 날이였다.
밖에선 부슬비가 조용히 내렸지만, 배에선 밥을 달라 아우성이였다.
이런날은 뭔가 쓸쓸한 마음에 혼자 밥을 먹고싶지 않아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 나를 위해 친구는 우리동네로 넘어와주었고, 우리는 순대국밥과 함께 반주를 했다.
배가 부르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자 발이 가벼워졌고, 우리는 부슬비를 맞으며 잠시 동네를 거닐었다.
그러다 집으로 돌아가던길에 지하에 있는 작은 Bar를 발견했다.
있으면 안될것 같은 곳에 신비하게 자리잡은 이곳은 '홀스래빗'이라는 반포동에 위치한 가게였다.
고양이가 생선을 그냥 지나칠까.
순대국을 특대로 먹었음에도 술배는 따로 있나보다.
그렇게 내려간 '홀스래빗'.
문을 열때까지는 몰랐다.이런 이국적인 분위기 일줄은.
한발자국 들어서자 마치 남미에 가보진 않았지만 그곳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벽면과 천장은 알라딘에 나올법한 양탄자들이 늘어져 있었고 한쪽엔 후카가 비치되있었다.
그리고 다른 쪽 벽면에는스크린을 설치해 옛날 영화가 플레이 되고 있었다 .
두리번 거리는 우리를 목까지 문신 가득한 섹시한 사장님이 반가이 맞이 해 주었다.
나는 어느곳을 가던 구석에 앉는걸 좋아해 바쪽 모퉁이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자마자 눈에 띄는 '카타르시스' .
내 오늘의 비극을 희극으로 만들어줄 녀석이렸다 .
그리고 친구는 파는곳이 드물다는 '김렛'를 주문 했다.
까다로운 친구의 주문 답게 만들면서 몇번이고 손을 닦는 사장님의 모습은 깔끔하면서도 프로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렇게 내 앞의 잔이 채워지고 '카타르시스' 를 한모금을 마셔보았다.
혀를 애리며 목을 타고 내려가 위를 거쳐 발끝까지 쫘ㅡ악 달라붙는 이맛은 -
"정신 분석에서,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외부에 표출함으로써 정신의 안정을 찾는일
-네이버 국어사전 중 "
말그대로 '카타르시스'.
발치에 쌓아두던 피곤마저 날아가버린 기분이랄까.
오늘 하루 나의 응어리를 씻어내리는 느낌이였다.
'김렛'를 주문한 친구 또한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사장님에겐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그의 실력을 칭찬을 한다.
그렇게 몇잔의 술을 걸치며 다트까지 플레이해버린 우리였다.
'카타르시스' 몇잔에 오늘의 분위기와 마음마저 바꾸어 버리다니.
이가게 범상치 않다..
자주올 것 같은데 큰일났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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