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독일 입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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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누루술탄 / 만하임
2019년 7월 31일, 독일 만하임으로 가기 위해 인천 공항으로 갔다. 1년 과정이라 비행기 표는 편도로 구매했는데 여기저기 후기를 알아보고 카자흐스탄의 비행사인 에어아스타나에서 스탑오버 23시간을 하는 최저가 비행기를 예약했다. 466,700원으로 스카이스캐너에서 찾아봤는데 더 이상 싼 가격은 찾을 수 없었다. isic라는 국제학생 관련 사이트가 있는데 동기 언니는 거기서 구했다고 한다.
실컷 최저가 비행기를 사고나서 이게 웬말인가 싶을 것이다. 나도 신나게 최저가를 구입했지만 수하물에서 돈을 벌어먹으려는 항공사의 검은 속내인가 싶었으니까. 예약을 하고 나서야 위탁수하물 규정을 알아보는 바람에 큰일났다고 생각하게 됐다...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짐을 무진장 많이 가져갔던 나는 똥줄이 탔다... 그야 1년 살 짐을 부치는데 당연한 일이다. 에어아스타나가 다 좋은데... 위탁 수하물을 25키로까지만 공짜로 해줬기 때문에 뚝배기가 깨질 것 같았다... 20키로였던가... 기내용은 10키로인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이민용 캐리어 큰 거 하나랑, 기내용 캐리어를 챙겨갔다. 하지만 내가 가져간 수하물은 7키로가 오버였고, 유럽까지 가져가는 짐은 키로당 환산해서 3만원의 추가 요금이 붙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2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난 정말 그 돈만은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네이버에 폭풍 검색을 했다. 일부러 4시간을 일찍 도착한 덕에 시간이 남아 돌았기에 손해볼게 없었다. 짐을 한켠에 쌓아두고 진짜 제발 이럴 순 없을거라며 열심히 검색을 한 끝에, 몸에 붙은 짐은 무게를 달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말은 내가 들고있고거나 메고 있는 가방이라면 무게를 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대신 메거나 드는 가방에 개수 제한이 있는데 그건 항공사마다 다른 것 같다. 순간 머리 속에 이민캐리어에 넣었던 책가방이 떠올랐다. 싼 짐을 죄다 풀어서 허버허버 짐을 다시 쌌다. 그렇게 9키로를 등딱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책가방에 짐을 쑤셔넣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수하물 부치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저울이 약간 달라서인지 2키로가 초과였다. 하는 수 없이 돈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천사같은 승무원 언니가 다음엔 제대로 맞춰오라며 그 때만 봐줬다. 정말 최고야... 정말... 천사...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꼼짝없이 20만원을 낼 뻔한 위기를 넘겼다.
20만원을 아꼈다는 생각에 나는 신이 나서 면세지역을 구경하고 다녔다. 인터넷으로 미리 샀던 면세품도 찾고, 이리저리 구경도 하면서, 앞으로 독일에 도착할 일만 생각하고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9키로 등딱지와 10키로 기내 캐리어를 든 채였지만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개뿔 너무 힘들고 무거웠는데 돈이 없으니까 참았다. 그리고 탑승 게이트가 열릴 시간에 맞춰서 그리로 갔다. 비행기에 타기 전에 기내에서 다니긴 불편하니까 미리 화장실에 들렀다. 그런데... 거기서... 자연의 섭리와 마주쳐버렸다. 심지어 그 날은 하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조금 묻었을 정도로 심하게. 나는 비교적 불규칙한데다 월경통이 심해서 항상 생리용품이랑 진통제를 가지고 다녔는데 그 날은 모든 걸 수하물로 부친 뒤였다. 멘탈이 와장창 깨졌다. 지금 당장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으면 독일에 못 가고, 그렇다고 이 상태로 비행기에 탈 순 없었다. 대충 휴지로 응급처치를 하고 탑승구 앞에 승무원 언니한테 부탁했는데 무척 곤란해하며 기내에 있는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일단 비행기를 탔고, 기내 승무원 한 분이 생리대를 빌려준 덕분에 무사히 7시간을 버텼다. 하나밖에 없어서 미안해하셨지만 당신은 나의 구원자...
진짜 이렇게까지 파란만장할 수 있나 싶지만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게 나는 ㅋㅋ 아직도 웃긴다.
내가 아스타나 항공을 이용한 이유 중에 하나는 항공사에서 스탑오버 하는 동안 묵을 고급 호텔을 제공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공항에서 노숙하려고 했는데 잘된 일이다. 게다가 그 호텔까지 가는 픽업차량까지 제공해주는데 이 모든 서비스를 1달러만 추가하면 누릴 수 있었다. 나중에 아스타나를 이용할 기회가 있다면 꼭 기억하자. 내가 탄 비행기에는 유럽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도 긴 스탑오버 때문에 같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난에서 일어난 예상못할 사고 때문에, 내가 비행기에서 내려 수하물을 찾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 뒷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나서 나왔을 땐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탄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짐을 들고 나왔다.
나는 그때 무조건 한국 사람을 찾았어야 했다. 나가자마자 택시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택시를 타라고 영업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 거절거절거절노노노를 외치면서 날 태워줄 기사님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아저씨가 내게 다가와서 코리안? 코리안?이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갈 호텔 이름을 얘기하면서 거기로 가냐고 물었다. 연고도 없고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카자흐스탄에서 나더러 코리안이라고 할 사람은 기사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저씨한테 항공사에서 나왔냐고 물어봤더니 아저씨가 그렇다고 했다. 아저씨가 약간 의심스럽긴 했지만 다른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 짐을 들고 차에 싣는데 다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뭔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인 것 같지도 않고. 나는 불안해서 아저씨한테 나밖에 없냐고 물어봤는데 아저씨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조금 이상했지만 하라는대로 얌전히 기다렸다. 거시기한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졌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몇 시간 같은 몇 분이 지나갔다. 아저씨는 다시 공항으로 가서 태울 사람을 찾다가 돌아왔는데, 어떤 남자와 함께였다. 난 당연히 나와 함께 갈 다른 손님이라 생각해서 내심 안심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조수석에 타는게 아닌가. 망할. 작은 체구의 동양인 여자인 나는 두려움에 사로 잡혔다. 시부럴. 아저씨는 그렇게 차를 출발했고 달리는 도로 위에서 나한테 요금이 30유로 (약 4만원)라고 했다. 불안하긴 했지만 항공사 사람일거라는 약간의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쁜사람들. 돈이 없으면 위안이나 달러로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거나 그거나 시부럴. 잠시 뒤에 나더러 학생이냐 물어보더니 학생은 할인이 있어서 25유로라고 했다. 장난하냐. 나는 일단 더 잘못될까봐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짱꾸를 뒤지게 굴렸다. 여기서 잘못되면 최소 사기 최대 국제미아 아니면 원양어선이다. 심기를 건들였다가 국제미아가 되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일단 여기서 나를 인신매매 하려는 건 아닐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돈은 둘째치고 제대로 호텔에만 데려다주길 바랬다. 근데 두 아재들을 잘 보니 그정도로 심각한 범죄자라기 보단, 그냥 외국인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걸 깨닫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공짜픽업인데 항공사 사람인척 온것도 모자라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물가를 반영했을 때 10분 거리의 호텔이 30유로라는 건 말이 안된다. 그건 한국 물가로도 말이 안되는 가격이니까. 20만원 초과금도 극복한 내가 여기서 바가지라니 용납할 수 없었다. 진짜 짱꾸를 뒈지게 더 굴렸다. 그 돈을 낼 순 없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인신매매범은 아닌 아저씨들이 나를 호텔 앞까지 데려다줬다. 항공사 기사인 척 하려고 내일도 여기 오겠다고 했다. 지랄. 기사아저씨는 내 30키로짜리 짐을 꺼내주기 위해 내렸고 나도 따라 내리려고 하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나더러 돈을 내라고 했다. 나는 지금은 돈이 없고 저 쪽 짐가방에 지갑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지갑은 책가방에 있었다. 조수석 아저씨는 순순히 날 내리게 해줬고 나는 트렁크로 달려가 짐을 받았다. 기사아저씨가 25유로를 달라고 한 순간 나는 흥정을 시작했다. 아저씨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 같아서 길게 설명하지 않고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그러자 20유로로 내려갔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10을 불렀다. 아저씨가 펄쩍 뛰었다. 너만 어이없냐 나도 없다. 내가 그게 원래 공짜인걸 알고있다고 역정을 냈다. 사기가 뽀록난 걸 깨달은 아저씨는 그 돈이라도 받으려고 포기하고 10유로를 받았다. 그렇게 30유로가 10유로가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마트를 가보고 알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카자흐스탄 물가가 싸서 10유로도 좀 큰 돈이었다. 한국에서 택시탄 셈 치고 줬지만 더 깎을걸 그랬나 싶었다.
나는 짐을 가지고 무사히 호텔로 들어갔고 프론트에 사기를 당해서 항공사 기사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프론트 직원이 따로 기사에게 연락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던 기사아저씨를 돌아오게 도와줬다...
한 탕 큰 일이 났더니 배가 고팠다. 쨍쨍하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파크인호텔에 예약한 또 다른 이유인 근처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그 전에 호텔에 있는 ATM에서 현금을 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맛있어 보이는 것들을 돈에 맞춰서 샀다. 사고 보니 카자흐스탄 물가가 싸서 꽤 괜찮았다. 그 때 쓰고 남은 동전은 아직도 남아있다. 카자흐스탄 돈은 텡게라는 단위를 썼는데 한국 돈으로 얼마였는 지는 까먹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1텡게가 2.6원이라고 한다.
4성급 호텔이라 그런지 호탤 근처에 있는 건물들이 다 크기가 크고 번쩍번쩍했다. 원래는 아스타나였는데 신도시이자 수도로 재개발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도시가 아주 크고 휑한 기분이 들었다. 정보만 많았다면 남은 시간만큼 관광도 하려고 했는데 앞의 일을 다 겪다보니 체력이 빠져서 그냥 호텔방에서 편하게 누워 쉬기로 했다.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때 초과였던 수하물을 다시 부쳐야했다. 어떻게든 2키로를 줄이기 위해 다시 짐을 풀었다가 쌌다. 간신히 1키로를 줄였다. 하, 이번엔 돈을 내야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친절한 승무원 언니가 그냥 말 없이 넘어가줬다... 고마워요 당신은 내 인류애 지키미....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