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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Jun 26. 2021

14.언어공부, 절대 놓을 수 없는.

이건 절대 스터디 위드미를 하는 방식의 글이 아닙니다.


 인생 40 넘어가도록 내세울  뭐냐고 묻는다면,버릴  없고 버리지 못한 노점장사 20년과 몇번이고 사골처럼 우려 먹는 일본어 공부기이다.


노점장사야 내 의지로 시작하지 않아 초반 20대를 날리고 중반 30대에 휘청거리다 40대가 되서 겨우 의지를 갖고 하게 된 일이라 내세운다기 보단 내 인생의 흐름이지만 일본어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내가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발을 담군 내 성과이기에.

스스로 약간의 자부심은 있다.


일본어를 접한 건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명목하에 들어온 영화 <러브레터>가 정식이긴 하지만 그 전의 무수한 해적판 덕분에 간간히 일본어라는 글자는 눈에 익히고 있었다. 허나 당시엔 던져지는 말이나 흘려듣는 노래가사의 의미를 알고자 하는 열망은 없었다. 그럼에도 도서관의 일본여행에 관련된 책은 빠짐없이 보고 있었지만.

내게 일본은 언젠가 가보겠지만 당장은 아닌, 그런 존재였다. 그러니 배우려고 마음 먹었을 20대 후반에는 그저 일본어는 하나의 학문이었다. 익히면 좋고 아니면 마는. 도서관에서 일본어 교재란 교재는 참 많이 빌려대던 시기였다. 일종의 관심.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일본어를 진짜 배우고자 다짐한 건 30살 무렵. 20대 후반도 내 인생의 흐름인 노점장사를 하느냐 마느냐에 휘둘리느라 시간만 보냈다. 덜컥 30살이 됐는데 변한게 없다. 나이만 먹고 내위치는 그대로. 참 슬펐다. 30살이면 뭔가 스스로가 독립이라고 외칠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습관처럼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일본어 교재가 <나도 홍대리처럼...>시리즈였다.


한 출판사에서 여러 장르를 가지고 시리즈화 시킨 책이였는데 독서방법이나 영어, 회계도 있었다. 별 기대는 없었는데 저자의 이력이나 진행되는 교재가... 교재의 형식을 빌린 자기개발서였다. 사실 자기개발서 형식의 교재가 아니였다면 일본어를 시작함에 있어 조금 더 더뎌졌으리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든다.


30살에 나도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나를 바꾸리라! 거기에 잡은 게 일본어였다지만 상관없었다.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으니.


그래서 순조롭게 바뀌였다...라면 그것만큼의 해피엔딩도 없겠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나 책의 방식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탓인지 1년을 나름 꼬박 공부에 쏟았는데 말은 커넝 전혀 들어오는 게 없었다. 가르침이 틀린게 아니라 내 방식이 틀린건데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다는 사실. 너무 괴로웠다.


그러면서 병행했던 게 연예인 덕질. 내 20대 후반을 지켜준 뮤지컬 덕질에서 일본 연예인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실 공부하던 1년간은 연예인 덕질은 생각도 안해봤다. 하지만 일본어를 드라마로 습득한 지인이 연예인이라도 좋아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잡은 연예인이 한 잡지에 무려 10년동안 꾸준히 기사로 나오고 있었다. 티비에는 너무나 간간히 나오는 배우였기에 영상으로 접할 자료는 드물었고 그러니 귀가 뚫리진 않았다. 그래도 꾸준한 그의 기사를 보기 위해선 글자를 익혀야 했고 익숙해져야했다. 발음은 모르나 글자 모양을 익히는 꼴이 됐다. 그래도 드문드문 읽어나가는 글자가 늘어나는게 신기했다.


연예인 덕질로 글은 조금 터득했지만 여전히 귀는 뚫리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갈 무렵 다른 연예인을 덕질하게 되는데 이쪽은 영상이며 기사 자료가 보고 남을만큼 넘쳤다. 그도 그럴것이 일본 톱 아이돌이였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그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접하고 예능을 접하자 처음엔 해석을 봐야 알 수 있던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의 한글 번역기가 없어도 일본어를 그대로 이해하는 귀가 뚤린다는 그것! 그래도 확증이 가질 않다가 처음 덕질한 일본 배우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서야 귀가 트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신기하리만치 그대로 이해가 됐다.


지금은 그렇게 지낸지 10년이 넘었다. 귀가 뚫린것까진 좋았지만 여전히 일본어 쓰기나 일본어 말하기는 왕초보 수준이다. 듣는 것에 만족해서 일수도 있고 써먹을 곳을 찾지 못해서 그럴수도 있다. 그래도 스스로 배운 최초의 제 2의 언어이기에 버리지 못한다.


이번에는 영어에 도전해보려 한다. 영어도 교재늘 무수히 빌려봤다. 일본어도 기초만 1년을 했는데 영어는  배가 걸릴것이며 덕질이 없다면 늘기는 힘들테지만, 언어를 배운다는 의지는 확실히 내생각이 들어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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