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사잡 (알면 쓸데없는 사케 잡학)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일본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축구공처럼 생긴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杉玉(스기타마)라는 삼나무공이다. 삼나무 잎을 모아 공 모양으로 만든 조형물인데 酒林(주림)이라고도 한다. 즉 니혼슈를 빚는 양조장이나 술집 등 처마 끝에 녹색 삼나무 구슬을 매달아 새 술이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데 사용한다. 또 하나의 설은 삼나무 잎이 술의 부패를 막는다고 생각해서 부적의 의미로 매단다는 설도 있다
술을 짜기 시작할 때 매달아 놓은 스기타마는 처음에는 푸르고 선명한 색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고 말라 갈색이 된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니혼슈 빚기의 시기와 스기타마의 색은 동조하고 스기타마의 색깔 변화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술이 잘 숙성되고 있는 상태를 전하기도 한다. 지금은 이자카야의 간판이나 조형물로 생각되는 스기타마이지만 여기에는 술의 신에게 감사를 바친다고 하는 의미와 양조의 안전, 장사 번성, 자손 번영 등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한다. 간단하게 스기타마는 장식이 아니고 술의 시작과 끝을 알리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상질물 정도로 알면 충분할 것 같다.
여기서 잠깐!! 알쓸사잡(알면 쓸데없는 사케 잡학) 코너를 살짝 열어보면 스기타마의 기원인데 나라현에 있는 술의 신을 모시는 大神神社(다이진 신사)의 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이진 신사에서는 매년 11월 14일에 [맛있는 술을 마실 수 있도록]이라는 염원을 담아 스기타마를 장식해 왔다고 한다. 그 습관이 에도시대 초기부터 전국의 양조장으로 퍼졌다. 다이진 신사가 있는 三輪山(미와산) 주변에는 삼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미와산의 삼나무는 성스러운 것으로 알려져서 삼나무공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스기타마는 대체로 2월부터 3월에 장식되는데 이 시기는 新酒(신주)의 계절로 [올해도 새로운 술이 태어났어요~]라는 표시로 바로 매달린 스기타마는 2~6월까지는 녹색이지만 시간이 지나 시들 때의 9~10월에는 마른 갈색으로 피어오른다. 이처럼 스기타마의 색깔 변화는 새 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설렘까지 대변하는 신비한 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생톡